죽음 앞 3500㎞, 희망을 완주한 남자

    입력 : 2017.01.12 03:04

    [영화 리뷰]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꿈을 꿨어요. '투르 드 프랑스'로 가야겠다는 꿈. 병원 천장을 보면서 상상했어요.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 풍경들. '뚜르'는 제 전부였어요."

    많은 순간 잊고 살아간다. 종착지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예고된 죽음 앞에 설 때 사람은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내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은 누운 채 기다리는 죽음 대신 불꽃처럼 마지막까지 타오르는 삶을 선택한 고 이윤혁(2010년 사망 당시 27세)씨의 마지막 도전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아마추어 보디빌더 윤혁에게 죽음의 선고는 낯설었다. 누구보다 건강했고, 만능 운동선수였으며 체육학도였다. "장교로 군에 입대한 지 4개월 만이었어요. 암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미 다 전이돼 말기라고. 석 달 반 남았다고."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리틀빅픽처스

    '결체 조직 작은 원형 세포암'. 전 세계 단 200여명 보고된 희귀 암이었다. 장기 5곳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두 차례, 항암 치료를 25차례 받았다. 2년 반을 싸웠는데 종양은 속절없이 다시 번졌다. 윤혁은 '생존에 매달리느라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다. 항암 치료 대신 프랑스와 인접국 3500㎞를 사이클로 달리는 '투르 드 프랑스'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2009년 8월 한국인 첫 도전이었다.

    모나코에서 남프랑스를 달려 마르세유, 바르셀로나, 피레네산맥을 넘는다. 알프스산맥을 거쳐 파리 개선문까지 윤혁은 달리고 또 달린다. "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 언덕에, 살아가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군가를 부르며 윤혁이 페달을 밟을 때 아스팔트 길에선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영화는 죽음을 앞세워 애써 눈물을 끌어내지 않는다. 원정대원들이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일 때조차 윤혁은 가장 긍정적이다. 페달을 밟을 때 그가 흘리는 땀방울은 오히려 살아 있는 누구보다 더 건강하다.

    투르 드 프랑스를 완주한 지 채 1년이 안 된 병실, 어머니 곁에서 윤혁은 숨을 거둔다. 영화를 본 어머니 김성희(65)씨는 "아들이 짧은 인생을 살았어도 이 아이가 남긴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죽음 앞에 당당했던 한 인간, 그 꾸밈없는 삶의 의지가 주는 감동이다. 상영 시간 97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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