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고발하는 두 가지 색깔

    입력 : 2017.01.12 03:04 | 수정 : 2017.01.12 10:07

    장영혜중공업 展 - 미디어아트로 자본·정치판 질타
    훈데르트바서 展 - 따뜻한 그림속 환경·反戰 메시지

    "위대한 예술가란 투쟁하는 사람이다"는 말은 최근 타계한 영국 비평가 존 버거가 했다. 투쟁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대놓고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은유와 풍자로 에두르는 이도 있다. 색깔 다른 두 개의 현실 비판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혼돈의 시국 예견? '장영혜…'의 毒說

    텅 빈 공간에 드럼 소리 진동한다. 비트에 맞춰 거대한 활자들이 튀어나왔다 사라진다. 섬뜩한 줄거리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새해 첫날 어느 가족의 풍경.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화기애애하던 식탁이 돌연 사나워진다. 형에게 사업 자금을 얻어내려는 동생, 취직은 안 하고 사업 타령만 하는 동생이 한심한 형. 덕담은 폭언으로 변하고, 급기야 젓가락으로 얼굴을 찌른다. 작가는 묻는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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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혜…' 전시 1부 주제인 '불행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다'의 한 장면. /아트선재센터
    콩가루 집안에 이은 과녁은 콩가루 사회다. 장영혜·마크 보주 부부가 결성한 '장영혜중공업'은 첫 개인전 이후 대기업과 이를 숭배하는 사람들을 풍자해왔다. '삼성병원에서 태어나 삼성유치원에 다니고 삼성대학 나와 삼성자동차 타고 삼성아파트에서 사는 걸 최고 행복으로 소망하는' 국민들. 화살은 이제 정치판을 겨눈다. 흰머리 검게 물들이듯 국민 속여먹는데 이골난 정치인들. 아트선재센터가 새해 첫 전시로 '장영혜중공업―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3월 12일까지)을 택한 건 "우리 삶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들춰내는 재기 발랄한 사유" 때문이랬다.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작금의 시국을 예견한 듯한 안목, 장영혜중공업이 테이트·퐁피두 등 세계 주요 미술관들이 앞다퉈 모셔가는 미디어아트의 선두 주자란 사실을 상기하면 지나치기 힘든 전시다. (02)739-7098

    따뜻한 투쟁, '훈데르트바서'의 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훈데르트바서'전(3월 12일까지)은 동화나라에 온 듯 예쁘고 뽀송뽀송한 그림으로 가득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찬란하지만, 작품 하나하나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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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데르트바서의 '노란 집들—함께하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아픕니다'(1966년 작). /스타앤컬처
    '100개의 강(江)'이란 예명으로 활동할 만큼 환경과 반전(反戰)운동에 앞장섰던 오스트리아 작가 훈데르트바서는 '투쟁하는 예술가'였다. 그의 그림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창문, 나선형 무늬, 물방울은 생명의 순환을 뜻한다. 지붕엔 나무가 자라고 강이 흐른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실제 건물로도 구현했다. 그가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빈(Wien) 한복판 임대주택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와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세계적 관광 명소다. 원전 반대, 전쟁 반대 같은 포스터도 그렸지만 훈데르트바서의 외침은 거칠지 않다. '초원 위를 걸을 땐 조심하세요' '나무는 선한 것들의 꽃입니다' 같은 제목처럼 따뜻하고 발랄하다. 죽어서도 관 없이 나무 아래 묻혔을 만큼 자연주의로 살다간 작가. 회화, 판화, 그래픽 등 140여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속삭인다. "혼자만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02)555-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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