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IT 회사' 골드만삭스

    입력 : 2017.01.12 03:06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우리 회사 인력 70%쯤이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더구나 파트너급도 11%는 밀레니얼 세대예요. 이 비율은 점점 더 올라갈 겁니다."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인력관리 대표인 에디드 쿠퍼가 지난 연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올린 글이다. 골드만삭스는 15~30세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IT(정보기술)나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9200만명에 달해 X세대(36~50세·6100만명), 베이비붐세대(51~70세·7700만명)를 뛰어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인구 집단이 됐다.

    쿠퍼의 말은 3만5000명 직원 중 2만4000명, 임원 대우 받는 500명 내외의 파트너 중 적어도 50명이 35세 이하라는 뜻이다. 충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센 투자은행이 이렇게 젊다니.

    인력 구성뿐 아니다. 고객도 밀레니얼 세대로 바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4월 GS뱅크라는 인터넷은행을 만들었다. 예전엔 골드만삭스 고객이 되려면 적어도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가진 갑부여야 했다. 그런데 이젠 1달러 예금도 인터넷으로 받는다. 10월엔 마르커스닷컴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신용대출 사이트 문을 열었다. 데이터 분석으로 대출받을 만한 사람을 골라내 이메일을 보낸 후 대출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자산 관리 사이트 '어니스트 달러', 인공지능 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 '켄쇼' 등 금융과 기술을 결합하는 핀테크 기업들도 인수하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골드만 삭스 건물. /조선일보 DB
    골드만삭스의 변신을 총지휘하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2015년 "골드만삭스는 IT 회사"라고 선언했다. 이미 구글·페이스북 등 웬만한 실리콘밸리 IT 기업과 어깨를 견줄 회사로 바꿨다는 것이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사내 IT 기술을 책임졌던 마틴 차베스를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승진시켰다. 차베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이다.

    알고 지내던 월가 임원에게 "골드만삭스의 최근 변화가 무섭다"고 말했더니 그는 무덤덤한 말투로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현상"이라고 했다. 금융회사가 청년 세대에 익숙한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이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게 선진국에선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IT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인공지능이나 IT로 대체할 수 있는 일을 하던 직원들은 짐을 쌌다. 빈자리는 기술을 알고 새로운 트렌드를 아는 청년들이 꿰찼다. 우리 금융회사 임원들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꾼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큰 변화를 소화할 자신은 있는지 묻고 싶다. 더 나아가 148년 역사의 골드만삭스도 시대 변화를 읽어 과거 성공 공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데 한국은 이런 글로벌 동향을 감지할 풍향계나 제대로 세우고 있는 건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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