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뇌물 혐의 소환, 수사 원칙은 '증거'가 돼야

      입력 : 2017.01.12 03:14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2일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부회장 신분이 참고인이 아닌 뇌물 공여 등 혐의의 피의자라고 못 박았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은 삼성이 2015년 9월 이후 최순실-정유라씨 모녀에게 제공했던 80억원대의 지원 자금이 2015년 7월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토록 해준 대가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삼성은 최씨 모녀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승마 지원을 강하게 독려(2015년 7월 25일)한 것은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결정(7월 10일)한 이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적 선후로 볼 때 정유라씨를 수혜자로 하는 승마 지원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뇌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엔 삼성 경영권 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합병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정부 정책도 그런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삼성 측 입장을 흔드는 정황들도 확인된다. 무엇보다 삼성이 2015년 5월 26일 합병 방침을 발표한 다음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승마협회가 그해 6월 작성한 220억원대 승마 지원 계획 문건이 최근 확인됐다. 삼성은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이 부회장을 만나 승마 지원을 요청한 다음 2015년 3월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그러나 합병 방침 발표 이전까지는 별달리 승마계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합병 방침 발표가 있은 후 거액의 승마 지원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삼성이 최씨를 움직여 정부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은 만약 6월에 지원 계획을 세웠다면 왜 대통령이 7월에 삼성을 지원 미흡으로 질책했겠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후진적 정경 유착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그럴 것'이란 가정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삼성의 최고 책임자가 뇌물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 피해는 막대하다. 특검은 철저하게 증거에 바탕을 둔 수사를 해야 하고 이 부회장은 진솔하게 조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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