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탄핵 지연작전에 '憲裁의 옐로카드'

조선일보
입력 2017.01.11 03:04 | 수정 2017.01.11 07:19

[3차 공개 변론까지 보니]

朴대통령·최순실·안종범·문고리 3인방 출석안해
헌재 "지연시키지 말라" "구체적으로 밝혀라" 경고
공개 변론, 다음 주 2회로 잡혀있던 걸 3회로 늘려
헌재 "다음주 변론때 최순실·안종범 안 나오면 강제 구인"

"최서원(최순실)씨 안 나오셨죠. 휴정(休廷)하겠습니다."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공개 변론은 10여분 진행됐다 중단되기를 3차례나 반복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들이 일제히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날 공개 변론은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의 초반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핵심 인물들이 일제히 출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일과 이날까지 채택된 증인 7명 가운데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1명만 출석했을 뿐,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최씨, 안 전 수석, 이영선 행정관 등 6명이 무더기 불출석한 것이다.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은 하루 전인 지난 9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안 전 수석은 출석 예정 시각을 불과 2시간 30분 앞둔 오전 11시 30분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헌재 내에선 "이게 무슨 경우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세 사람의 '불출석 사유'는 "특검 수사와 형사재판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빼다박은 듯 똑같았다. 헌재는 당초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 일주일 내에 입장을 낼 것을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19일 만인 이날 자료를 제출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헌재 주변에선 박 대통령 측이 조직적으로 재판 지연(遲延) 전술을 쓰고 있고, 의도적으로 탄핵 심판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탄핵 당사자인 박 대통령부터 탄핵 심판 출석을 거부한 것이나 주요 증인들이 소환장을 수령하지 않기 위해 잠적하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증언을 거부하는 상황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핵 심판의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공개적으로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헌재는 또 다음 주 두 번으로 잡혀 있던 공개 변론을 3회로 늘렸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과 핵심 증인들에게 일종의 옐로카드(경고)를 보낸 셈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이날 공개 변론에서 "그동안 양쪽(대통령 및 국회) 대리인단에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자료 제출을 포함한) 입증을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했다. 강일원 재판관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게 "제가 지난달 요구한 것에 대해 (지금껏)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신지 답답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강 재판관은 지난달 말 열린 1차 준비 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언제까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국정 마비를 야기한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은 헌재 심판정에 나와 자신들과 관련한 의혹을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일반 범죄인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의 '지연전술' 때문에 헌재의 탄핵 심판 결론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인 2월 말 혹은 3월 초에 헌재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이대로 계속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4월 또는 5월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들은 "증인신문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 기록 등) 서류 조사로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심판 절차나 결정 시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 재판관은 이날 "이게 형사재판이라면 대통령에게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겠지만 탄핵심판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뭐가 사실이고 아닌지를 정확하게 해주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재 재판관 출신 법조인은 "강 재판관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탄핵 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으면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일주일에 2차례 공개 변론을 진행해온 헌재는 다음 주엔 3차례 변론을 갖는다. 16일 특별 기일(期日)을 열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증인으로 신문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이날도 불참하면 강제 구인할 방침이다. 이어 17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유상영 더블루K 과장을 증인으로 부르고, 19일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심판정에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관 정보]
헌재 "박대통령, 세월호 7시간 답변서 부족" 보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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