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中유학생 알바 구했다고 나오지 말라네요"

입력 2017.01.11 03:04 | 수정 2017.01.11 07:47

[대학가 알바 자리서도 밀려 한국 대학생들 구직난]

큰손 된 중국인 유학생 위해 편의점·식당 등 알바 채용 급증
"중국인 유학생 6만7000명… 말 안통하면 일하기 어려워"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중국인 알바생이 생수를 옮기고 있다. 편의점 입구에 ‘환영 중국 유학생’이라고 쓰인 중국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중국인 알바생이 생수를 옮기고 있다. 편의점 입구에 ‘환영 중국 유학생’이라고 쓰인 중국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고운호 기자

서울 고려대 앞 편의점에서 6개월째 아르바이트(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점주(店主)로부터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편의점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이 점점 늘어나자, 사장이 "중국어가 되는 유학생을 알바로 들이겠다"고 한 것이다.

대학가(街) 상점에서 중국 유학생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잃는 '알바생'이 늘고 있다. 국내 대학으로 유학 온 중국인들이 대학가 편의점, 식당, 화장품 가게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업주들이 아예 중국 유학생을 알바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2007년 3만1384명에서 지난해 6만7066명으로 늘었다. 서울 지역 주요 대학에서도 중국인 학생이 전체 학생의 3~5%를 차지한다. 이들이 대학가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주변 상권의 매출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학가 화장품 가게들이 중국 유학생 알바 영입에 공을 들인다. 지난 4일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 유리문에는 '중국인 유학생 알바 구함'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이 가게 주인 김모(55)씨는 "이대 앞은 중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관광객도 많아서 유학생 알바 없이는 장사 못한다"고 했다. 이미 채용된 알바생 3명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알바생 저우언화(가명·24)씨는 "20~30대 중국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서 중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부쳐준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양꼬치 전문점이나 중식당 등에서는 이미 한국인 알바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고려대가 있는 안암역 근처에 있는 양꼬치 전문점 10여곳에서 일하는 알바생 30여명 중 80%가 중국인 유학생이다.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선 '중국 유학생이 많이 사는 원룸촌(村)에 목을 잡고 유학생 알바를 들이면 상점 매출이 두 배로 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은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바나나맛우유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음식을 편의점에서 주로 사는데, 말이 통하는 유학생 알바가 있는 편의점을 애용한다는 것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모(55)씨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 알바생 9명도 전부 중국인 유학생으로 바꿨다"며 "오래 알바한 한국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가게만 중국말이 안 통하면 다 옆 가게로 가버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편의점 업주는 "어차피 알바생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을 주는데, 같은 시급이면 중국어와 약간의 한국어가 되는 유학생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혜(25)씨는 "취직이 안 되는 것도 속상한데 이제는 시급 만원도 안 되는 알바 자리까지 중국인들과 경쟁해야 하다니 서럽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학교 앞 화장품점에 면접 보러 갔는데 중국어 가능자가 아니면 어렵다고 하더라' '요즘 대학 앞에는 중국인 알바생만 구하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인 알바생이 늘어나면서 '한국 손님이 역차별받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중국 알바생들이 아무래도 한국말이 서툴다 보니 주문을 잘못 받거나 계산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안암동의 한 식당을 찾은 대학생 김모(26)씨는 "주문하지도 않은 메뉴들이 주문서에 올라가 있어 바꿔달라고 했지만 말이 안 통했다"며 "결국 사장이 와서 해결해줬지만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중국인 알바생이 화장품을 수십만원어치씩 사가는 중국인만 응대해 기분이 나빴다"며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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