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 넘은 중국… 대한해협 하늘에 韓中日 군용기 50대 뒤엉켰다

    입력 : 2017.01.11 03:04 | 수정 : 2017.01.11 07:47

    [中, 방공식별구역 침범해 힘 자랑… "韓·美·日에 동시 경고"]

    - 中군용기 10여대 침범 초유상황
    우리軍 전투기 10여대 근접비행… 日서도 26대 날아와 서로 감시
    경고 통신 보내자 中 "훈련 상황"

    - 열강의 각축, 그 사이 놓인 한반도
    中항모 랴오닝 남중국해 훈련에 美항모 맞대응 출격… 긴장 고조
    北 ICBM 맞물려 상황 예측불허

    지난 9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도와 대한해협 인근 등 한반도 주변에선 한·중·일 전투기와 폭격기·정찰기 등 50여대의 군용기가 긴급 발진하고 서로 어우러져 근접 비행을 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이 전략폭격기 6대를 포함한 군용기 편대로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넘으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항모(航母)의 서해·남중국해 훈련, 미 항모전단의 서태평양 파견 등으로 높아진 동북아 긴장의 파고(波高)는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위협, 중국 군용기의 한·일 도발 등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하늘과 바다를 무대로 미·중·일 열강의 각축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례적인 中 폭격기 6대 출동

    우리 군 레이더에 중국 폭격기 등이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보 없이 넘은 사실이 포착된 것은 9일 오전 10시쯤이었다. 폭격기와 해상초계기 등 10여대에 달해 이례적으로 큰 규모였다. 지난해 2월과 8월에도 중국 군용기들이 KADIZ를 침범한 적이 있지만 각각 2대, 3대 수준이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영공(領空)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것이 관례다.

    우리 공군은 이에 따라 대구 기지의 F-15K, 충주 기지의 KF-16 등 10여대의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이들은 제주도 남쪽으로 날아가 중국 군용기와 근접해 비행하며 움직임을 감시했다. 이 중 8대는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까지 올라가며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도 침범했다. 그러자 일본에서도 F-15J 전투기 12대, F-2 지원 전투기 12대 등 26대의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이 중국 군용기들에 경고 통신을 보냈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도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를 연결하는 핫라인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중국 군용기는 경고 통신을 받고 KADIZ를 빠져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들어오고 우리 군의 경고에 재차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중국 측이 '이번 비행은 훈련 상황'이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날 오후 3시쯤까지 4~5시간가량 KADIZ를 침범한 뒤 벗어났다.

    중국 군용기들의 한·일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우선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도 한·미·일 대(對) 중국 구도로 본다"며 "중국이 동시다발적인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후지 도시유키(藤俊幸) 전 해상자위대 구레지방총감은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중국은 분명히 의도를 갖고 행동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머잖아 일본 영해에도 중국 함정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미·중 항모전단 대치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군용기들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이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호 항모전단의 이례적인 무력시위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호는 지난 12월 서해 훈련에 이어 동중국해, 서태평양을 항행하며 남쪽으로 이동해 남중국해에서 함재기 이착륙 등 훈련을 벌였다. 중국 항모로는 처음으로 벌인 훈련이다. 한·미·일 군 당국은 랴오닝호가 예상보다 빨리 전력화되고 있는 데 놀라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지난 5일 샌디에이고에서 칼 빈슨 항모전단을 출항시켰다. 칼 빈슨(10만t급 )은 랴오닝호(6만7000t급)보다 훨씬 크다. 함재기(80여대)도 랴오닝호(40여대)보다 많다. 이지스함 등 약 10척의 호위·지원함을 거느리고 움직인다. 칼 빈슨 항모전단이 서태평양에 배치되면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호 전단과 함께 2개 항모전단을 서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미 항모전단과 중국 랴오닝호 전단이 비슷한 시기에 무력시위로 맞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북아 열강 간 갈등의 파고 속에 북한이 2~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된다. 미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 요격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선 권력 공백기가 겹치면서 이런 상황이 자칫 우리 손을 벗어난 가운데 전개될 수도 있는 형편이다.

    [나라 정보]
    사드 반대한 중국, 이번엔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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