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사진을 수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하셨나요? 다시 찍으셔야 할 것 같네요."
정부 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여성 사무관은 지난 5일 오후 청사 안 스피드 게이트에 설치된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을 시험했다가 민망해졌다. 카메라가 설치된 게이트 앞에 선 다음 기존 공무원증을 갖다 댔더니 모니터에 카메라가 잡은 얼굴 사진과 공무원증에 있는 사진이 나란히 떴는데, 붉은색 표시와 경고음이 나오더니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당황한 사무관이 다시 얼굴 인증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세 번 내리 실패하자 안내 직원이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청사 출입 전산 시스템에 새로 등록하라"고 권유했다. 이 사무관은 "사진관에서 살짝 수정해준 얼굴이 실제와 그렇게 달랐던 건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 인증 시스템'은 작년 3월에 7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던 20대 대학생이 서울청사에 무단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 이후 보안을 강화하려고 행정자치부가 도입했다. 작년 말부터 서울·세종·과천·대전청사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카메라 두 대가 출입하려는 사람의 이목구비(耳目口鼻)·윤곽·눈썹 모양 등을 청사 출입 시스템에 등록된 사진과 대조해 일치하면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증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한다. 포토샵 보정 때문이다. 요즘 사진관에선 이 기능을 이용해 증명사진의 눈 크기를 살짝 키우거나, 얼굴 윤곽을 갸름하게 고쳐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스피드 게이트의 카메라가 실제 얼굴과 이른바 '뽀샵(포토샵의 은어)' 사진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오류가 생긴다.
청년 시절 사진을 계속 써오던 간부급 공무원들도 사진을 바꿔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예전보다 얼굴에 살이 붙었거나, 탈모가 심해져 헤어라인이 달라지면 카메라가 얼굴 윤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적어도 6개월 이내에 찍은 사진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4일과 5일 이틀 동안에만 얼굴과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고 무보정 증명사진을 찍은 서울청사 공무원이 400여명이었다고 한다. 행자부는 얼굴 인식 시스템의 기능을 보완해 다음 달부터 모든 출입문에 설치하고, 3월 2일부터는 전면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