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甲의 장벽에 부딪힌 乙… 꼭 우리네 이야기 같네

    입력 : 2017.01.10 03:04

    하녀들

    '하녀'라는 단어는 계급을 떠올린다. 주인에게 예속돼 소외와 학대, 때로 은밀한 성적(性的) 대상이 된다.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하녀들'은 다르다. 좀 더 주체적이고 전복적이다. 주인마님(마담)을 흉내 내는 역할극을 통해 마님을 완벽하게 살해한다. 김기영의 영화 '하녀'(1960)를 떠올리게도 한다. 두 작품 모두 실화를 토대로 했으니 '하류 인생'들의 태생적 비극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연희단거리패
    연희단거리패의 2017년 첫 작품 '하녀들'〈사진〉은 1947년 초연한 장 주네의 원작을 제대로 구현했다. 소극장의 무대적 제약에도 화려한 마님의 거실과 비천한 다락방을 의상과 가구로 구분하고, 대사 하나하나의 맛을 살렸다.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지 않아도 요즘 우리네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건 원작의 힘 덕분이다.

    마담의 애인 므슈를 가짜 편지로 밀고한 하녀 끌레르(서혜주)는 언니 쏠랑주(김아라나)와 마담을 흉내 내는 연극을 한다. 마담은 하녀를 향해 "수챗구멍 냄새 나는" "천하고 추악한 족속" "우리를 부패시키는 악취" 같은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는다. 하녀들은 역할극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마담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한다. 실제 등장한 마담은 하녀들의 역할 놀이에서보다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보인다. "랑방(프랑스 유명 디자이너)이 직접 디자인해 준" 옷을 비롯해 모두 물려주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하녀를 개 취급하고, 이름도 구분 못 할 만큼 무심하다. 베푸는 것마저도 지배계급의 특권인 양 모욕적인 '갑질'을 한다.

    마담 살해는 실패한다. 하녀로 은유되는 소시민들이 사회에서 장벽에 부딪혀 체념하고 자위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녀들은 "마담은 착해. 우릴 거둬줬어"라며 진실인지 세뇌인지 가까운 말을 반복한다. 마담 역 김소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하녀들의 연기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22일까지 매주 금토일 30 스튜디오, 공연시간 100분, (02)766-9831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