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증오, 복수, 맹종만으로 치르는 大選

    입력 : 2017.01.10 03:09

    최재혁 논설위원
    최재혁 논설위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8년 전 박연차 게이트 때가 떠오른다. 노건평씨를 구속하고 2009년 새해를 맞은 대검 중수부는 그해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를 급발진시켰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무능하지만 깨끗했다"는 평가는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했다"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 자살로 수사가 중단됐으나 그 전에 이미 친노(親盧)는 폐족(廢族)임을 자인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지만 총장 직속인 중수부 수사는 가혹했다. 야권도 노 전 대통령에게 총질을 했다. 권력 무상이었다.

    지금 상황 전개도 그때와 유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수뇌부가 지휘한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어느 순간부터 인정사정없었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은 더욱 날 선 칼을 들이대고 있다. 여당은 탄핵 찬반을 놓고 둘로 쪼개졌고 이는 대통령 탄핵 소추와 분당(分黨)으로 이어졌다. 친박(親朴)은 어떤 정치 세력도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불가촉(不可觸) 존재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두 사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박 대통령이 받는 의혹과 혐의가 더 광범위하고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이란 무자격자의 국정 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민이 느끼는 참담함도 8년 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다만, 두 사건에는 정서적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밑바탕에 증오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거리 의식에서 비롯된 증오는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이어지는 속성이 있다. 노사모와 박사모가 그랬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끝까지 막다른 길로 몰아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낳은 비극이었다.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접한 야권 인사는 기자에게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그 친노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서 부활했다. 2011년부터 민주당을 장악, 이제 '친노 패권주의'란 비판을 듣는 위치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다. 박 대통령과 친박도 혹시 그런 재기를 꿈꾸는가. 특검 수사의 성패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 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헌재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월호 7시간'(직무 유기) '문화계 블랙리스트'(직권 남용) 의혹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는 견해가 만만찮다. 박 대통령이 특검의 삼성 수사에 대해 "나를 (뇌물 혐의로) 엮었다"고 반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8년 전 박연차 게이트 때와 달리 지금은 모든 상황이 대선(大選)과 맞물려 있다. 대선 시기는 헌재 결정에 달렸지만 모든 정치 세력은 조기 대선을 상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기세등등한 친문(親文) 세력과 울분에 찬 친박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속에서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누구든 그 결과에 승복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우려스러운 것은 박 대통령이나 문 전 대표나 그걸 개의치 않는다는 게 언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번 대선을 큰 후유증 없이 치를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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