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에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IMF 외환 위기 직후 수준으로 얼어붙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400여 개 기업에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했더니 작년 4분기보다 18포인트나 낮아져 68이었다. 외환 위기로 한국 경제가 무너졌던 199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지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지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수준으로 나빠졌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기업들은 국내 요인 중에 가장 큰 것으로 '정치 갈등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꼽았다. 최순실 사태 전인 작년 3분기까지는 2년 가까이 감소한 수출 대신 내수가 한국 경제를 이끌다시피 했다. 그러던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소비 심리가 경제 위기 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올해 '소비 심리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악재가 첩첩산중이긴 해도 새해 들어 한국 경제의 출발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2년 연속 감소한 수출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 등으로 수출 기업에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작성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몇 달째 오름세다. 세계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과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런 기대를 반영해 작년 말부터 증시에는 아직 미약하나마 봄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소비 심리만은 한겨울이다. 경제 주체들이 실제보다 더 위축되면 정말로 위기를 자초한다. 경제에서는 이를 '자기실현적 위기'라고 한다. 내수가 그리 되기 쉽다.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 과도하게 침체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바구니 물가부터 안정시켜 국민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빨리 사라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