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문화예술정책 주무장관으로서 그간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 문제로 문화예술인은 물론 국민들에 심대한 고통과 실망을 야기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간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 “그간 문체부가 이를 철저히 조사해 전모를 확인하지 못하고 리스트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아직 특검에서 작성과 집행에 관해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저도 이 자리에서 전모를 소상하게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된 의혹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특검 수사내용에서 알 수 있듯 정치·이념적 이유만으로 국가지원에서 배제된 예술인이 얼마나 큰 상처와 고통을 받았을지 이해할 수 있고 이점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 장관은 “제가 부임한 이후 이 자리에 있는 도종환·유성엽·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여러 위원들이 지적도 했지만 저도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국가지원사업이 정치적 편향성 이념 만으로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것이 신념이라는 것을 말씀드린 바 있다”며 “정치·이념 논란에서 벗어나 다시는 공정성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제도와 운영절차를 개선하겠다고도 약속한다. 우리는 그동안 연구해서 그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후 특검이 전모를 명확히 밝혀내도록 저와 직원들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백일하에 밝혀질 걸로 기대한다. 다시 한번 문화예술계 및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국민의당 이용주 질문이 10여 차례 이어지자 “정치·이념적인 문제로 특정 예술인들을 지원에서 배제했던 사례가 있었다”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 문서가 있었다는 직원들의 진술은 있었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질문에는 “본 적이 없다”며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작성 경위나 누가 작성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특검만이 작성 경위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정무리스트’라는 문서 사본을 제시하며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시)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저는 전혀 본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왜 저런 이름(정무리스트)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당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조 장관은 동행명령장이 발부되자 “오후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출석했다.
조 장관은 “저는 현재 위증죄로 고발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증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의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사실을 진술했다. 조 의원은 당초 같은 이유로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
그러나 “11월 30일 기관보고에서 했던 증인 선서 효력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는 김성태 위원장의 지적에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는 지금 증인 자격으로 앉아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