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체기 틈타… 계산된 日의 대공세

    입력 : 2017.01.09 03:04

    아베 "일본은 합의따라 10억엔 냈다… 한국이 성의 보여야"
    美에 동의 구한 日, 아베·바이든 통화후 '소녀상 보복' 나서
    '오바마는 중재할 시간 없고 트럼프는 준비 안된 상황' 이용
    한국은 대통령 대행체제… 마땅한 대책 마련 못해

    일본은 8일 부산 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한국 측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 측을 압박했다. 한·일 간 갈등이 악화되자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중재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퇴임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갈등에 개입할 시간이 없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국의 국정 공백과 미국 행정부 교체기를 노린 일본의 기습에 우리 정부가 당하는 형국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성실히 의무를 수행해 10억엔을 이미 출연했다"면서 "다음은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 대사관과 부산 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이 모두 철거·이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한국 야권의 분위기를 겨냥한 듯 "한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를 실행해야 한다.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도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30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설치된 후 10여일 동안 치밀하게 움직였다. 아베라는 확실한 지휘탑을 중심으로 외교적 실익과 일본 국내 여론을 모두 감안해 각본을 만들었다. 먼저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 등 대응책을 내부적으로 만든 뒤 미국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6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으로부터 "한국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바로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외무성은 주한 대사 일시 귀국, 재무성은 스와프 협상 중단 및 고위급 경제 협의 연기 등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정권 핵심들은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바이든 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흘리면서 여론전을 펼쳤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아베-바이든 통화 내용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정부 소식통은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 정부가 주한 대사 일시 귀국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을 알고 먼저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악화시킬 만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자 사설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전쟁 중 일본이 수만 명의 아시아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sex slavery)로 만들고도 회개하지 않는다는 감정이 깊게 깔려 있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하에 있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파상적 공세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한 대응으로 위안부 합의와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론의 지지를 받는 부산 소녀상을 정부가 나서 강제로 해결할 수도 없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그런 결단을 내릴 주체가 없는 셈이다. 외교부 실무진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위안부 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죄·반성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고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만을 강요해 한국 국민의 정서에 불을 질러놨다"며 "한·일 정부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물 정보]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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