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느라… 지난해, IMF 이후 가장 일 안했다

    입력 : 2017.01.09 03:04

    성과연봉제 반대·현대車 파업 등
    근로자들 근무 안한 날 합치면 정부 추정 200만일 넘어설 듯
    "올해 조기 大選·저성장 여파로 노동계 투쟁 더 심해질 가능성"

    성과연봉제 반대로 촉발된 노동계의 '추투(秋鬪)'와 현대자동차 노조 장기 파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노사분규로 근로자가 일하지 않은 날(근로손실일수)이 1997년 IMF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노사관계 평가와 2017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190만9788일로 IMF 이후 최고치였던 2000년 기록(189만4000일)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2월 통계까지 최종 집계되면 2016년 근로손실일수는 200만일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로,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한 뒤 이를 1일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정치 파업'으로 작년보다 4배 급증"

    연도별 근로손실일수와 노사분규 추이 그래프

    2016년 1~11월까지 집계된 노사분규 건수는 113건으로 2015년 한 해 전체(105건)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근로손실일수는 2015년(44만7000일)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대차와 코레일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장기 파업을 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3개월간 24번 파업을 벌였고, 코레일은 성과연봉제 철회를 주장하면서 노조 역사상 최장기인 74일간 파업했다.

    지난해 상황은 "IMF로 인한 대량 정리 해고로 근로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았던 2000년 상황과는 달리 노(勞)·정(政) 갈등이 노사관계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는 국민이 체감한 노동 이슈가 없는데도 수치상으론 근로손실일수가 최고를 기록했다"며 "현대차 파업이나 철도노조 파업 모두 실제 근로조건 개선을 주장했다기보다 노동계에서 강성 노조를 내세워 정부와 힘겨루기를 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올해 노사 관계는 더 비관적

    지난해 악화된 노사관계는 올 들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노동연구원은 전망했다. 정권 교체 등 정치적 질서 재편기에는 파업 등 노동계의 쟁의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된 1998년 근로손실일수(145만2000일)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던 1997년(44만5000일)의 3배, 2008년(80만9000일)엔 2007년(53만6000일)보다 1.5배 늘었다.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노동계에선 그동안 정치 환경이 불안정할 때 파업 등을 통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노동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인한 고용 상황 악화도 올해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둔화로 2017년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최고치인 3.9%에 달할 것"이라며 "주요 산업에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또한 강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오는 24일 예정된 한국노총 선거에서 강성 지도부가 당선될 경우 노조 파업 등이 더 빈발할 것이라고 노동계는 전망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사회와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노동계가 예전처럼 정치적인 국면을 이용해 노사 이슈를 외부로 표출하기보다는 사측과 자율적인 협상 등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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