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英譯은 원작에 기댄 제2의 창작"

    입력 : 2017.01.09 03:04 | 수정 : 2017.01.17 13:55

    [정과리 교수, 데버러 스미스 분석]

    "원작에 첨삭 가필해 훼손하기도… 영어권 독자 흥미 자극은 인정"
    11일 연세대 번역 심포지엄

    정과리 교수, 데버러 스미스
    정과리 교수, 데버러 스미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영어판에 대해 "한강의 텍스트에 기대어 창조된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의 작품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오는 11일 연세대 상남경영관 로즈우드에서 열릴 번역 심포지엄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가능한가' 주제 발표를 통해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은 원작을 충실히 전달했다기보다 얼마간의 왜곡을 감행했다"며 "심지어 특정 부분을 누락해서 작품을 훼손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채식주의자' 원본을 놓고 캐나다의 한국계 소설가 재닛 홍의 번역본(2010년)과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본을 나란히 비교했다. 재닛 홍의 번역이 '한국어 텍스트를 거의 문자 그대로 옮기고 있다'면서 스미스의 번역은 '조금 기발하다'는 것. 초반부만 비교해도 원작에 나오지 않는 진술과 묘사를 덧붙였을 뿐 아니라 원작보다 더 강렬한 감정이 담긴 부사(副詞)를 많이 사용했다는 얘기다.

    '채식주의자'는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데버러는 이 문장을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라고 옮겼다. 정 교수는 'always', 'completely', 'in every way'를 가리키면서 "한국어 원본에는 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단어로 처리할 수 있는 걸 세 단어나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설 도입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한강이 묘사한 주인공 영혜의 특성이 '채식주의자로 자신을 드러내기 전까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영역본에선 '채식주의자로 자신을 드러내기 전부터 이미 영혜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데버러의 번역을 무조건 탓하는 게 아니다. 그는 "평범함의 특별함이라는 역설을 통해서 이 작품은 첫 문단부터 세속적인 흥미를 자극한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한국문학의 번역에 대해 '작품의 훼손을 통한 창조를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11일 심포지엄에는 데버러 스미스도 참석해 '배수아의 작품 번역과 언어적인 무중력감'을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한다. 서홍원 연세대 영문과 교수의 '번역을 통한 문화 전파',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과 교수의 '누가 번역을 소유하는가', 정하연 이화여대 통번역과 교수의 '목소리가 하는 일'도 발표된다.

     

    [인물 정보]
    소설가 한강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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