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부동산 왕' 트럼프 시대, 입지가 권력이다

    입력 : 2017.01.09 03:13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의 원천은 직위가 아니라 '권력자와의 거리'라는 속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장·차관도 청와대 수석도 대통령을 등에 업은 '강남 아줌마' 앞에선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최씨가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집 인근에 얻은 것도 '거리가 권력'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부동산과 닮았다. 불변의 부동산 투자 원칙은 '첫째도 입지(location),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다. 핵심 지역과 가까울수록 좋은 입지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왕'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평생 입지만을 살핀 사람이다. 그가 대선 직전 백악관 인근에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연 것도 거리를 권력으로 환산하는 그만의 계산법 때문일 수 있다.

    지금껏 한반도 외교 안보에 직결된 의사 결정은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의 NSC(국가안보회의) 등 공식 정부 기관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내각을 통해 백악관으로 올라가는 전통적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변칙을 구사했다. 백악관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고, 그 자리에 이념적·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해 반중(反中)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 교수를 임명하고, 또 '수석 전략가'란 모호한 직책을 만들어 자신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을 임명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외교·안보·홍보 등 각 분야에 새로운 자리를 신설해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NTC나 '수석 전략가'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의문을 던진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차차 밝혀지겠지만 지금 명확한 것은 이들과 트럼프의 거리는 장관들과 트럼프의 거리보다 훨씬 가까울 것이란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의 거리가 '0'에 해당하는 가족들이다. 장녀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는 백악관에서 공식 직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아들들이 장관 인선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는 입지가 좋지만 쇠락한 지역의 빌딩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개발해 부(富)를 쌓아왔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미국 재개발 사업' 대상은 과거 미국의 주류 세력이었다가 이제는 관심에서 밀려나 버린 저소득 백인들이다. 그는 '일자리'란 인센티브를 걸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로 정치적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아냈다. 여기에 트럼프의 트위터는 지지층을 부담 없이 만나는 민심의 '환승 할인'이었다. 트럼프는 그렇게 자신만의 정치적 뉴타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오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 외교는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외교의 대상은 트럼프의 가족들부터 트럼프 회사의 임원까지, 트럼프와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돼야 한다. 어쩌면 공식 라인보다 트럼프 호텔의 총지배인 전화 한 통이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트럼프와의 거리 좁히기'에 외교관뿐 아니라 기업가, 교민 등 쓸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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