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연설 마지막 부분… 朴대통령, 최순실이 불러준 대로 읽어

조선일보
  • 최재훈 기자
    입력 2017.01.05 03:04 | 수정 2017.01.05 07:38

    [특검 수사] TV조선, 정호성 녹취록 보도

    - 국회 연설에도 관여
    최순실 "외국인 투자 촉진법의 경제적 이득 얼마인지 뽑아보라"
    박대통령, 연설서 "법안 통과 땐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창출"

    - 통화록에 정윤회 추정 남성 등장
    남성 "마사회장은 공모가 맞고…" 2주일 뒤 현명관 회장 임명

    2013년 6월 29일 박 대통령 칭화대 연설 관련 정리 표

    최순실(61)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연설문뿐 아니라 국회의 예산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의 국회 대응 전략, 대통령의 시정연설문 작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TV조선이 입수해 4일 보도한 '정호성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최씨에게 정부 기밀문서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로 구속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이나 최씨와 통화한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했다가 검찰에 압수당했다. TV조선이 공개한 녹취록은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과 대통령·최씨 간 통화(28분 분량)의 일부다.

    녹취록을 보면 정 전 비서관은 시종일관 최씨를 '최 선생님'으로 호칭했다. 최씨는 2013년 6월 말 박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하기 직전 통화해 "연설 맨 마지막에 중국어로 하나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이 "갑자기 맨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좀…" 하며 난색을 보이자, 최씨는 "맨 마지막으로"라며 말을 자른 뒤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문화와 저기, 인문 교류를 통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고 중국어로 하라)"고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그해 6월 29일 칭화대(淸華大) 연설에서 중국어로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2013년 11월 17일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해 "외국인 투자 촉진법이 통과되면 일자리와 경제적 이득이 얼마인지 뽑아보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있었던 박 대통령의 임기 첫 국회 시정연설에는 '외국인 투자 촉진법안이 통과되면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1만4000여 명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씨의 말이 그대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문에 반영된 것이다. 닷새 뒤인 11월 22일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예산을 묶어둔 채 정쟁을 이끌고 가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야당에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라"고 지시했고, 박 대통령은 사흘 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제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과 법안에 대해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마시고 정말 국민을 위해…"라고 발언했다.

    한편 녹취록에는 정 전 비서관이 아닌 남성이 마사회 인사(人事)에 개입하는 듯한 대목도 등장했다. 이 남성은 2013년 11월 22일 통화에서 정 전 비서관을 '정 과장님'으로 호칭하면서 "그 마사회 말이야… 공모 거치는 게 맞고"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공석이던 마사회장에는 2주쯤 뒤 현명관씨가 임명됐다. TV조선은 이 남성이 당시 최씨의 남편이던 정윤회씨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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