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의원들이 만난 中인사 중 최고위급" 자랑하는 민주당

    입력 : 2017.01.05 03:04

    [野의원 만난 왕이, 김장수 駐中대사는 한번도 면담 안해]

    - 中, 공식채널은 철저히 무시
    北담당 대외연락부장 면담도 요청한지 2년 되도록 응답 없어
    "中관료들, 어쩌다 회의 나와도 경제제재 항의하면 모르는 시늉"

    - 中 목표는 '野 지원해 사드 번복'
    장관 면담 이어 차관보 만찬까지… '최순실 사태'후 中정부차원 대접
    "한국내 자중지란 유도하는 전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4일 소속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 등을 만나는 것에 대해 "역대 국회의원들이 만난 중국 인사 중 가장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중국 진출을 막거나 관광객을 제한하는 것에 항의하고 이를 풀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관계자들은 "지금 중국 정부가 우리 외교부는 무시하면서 민주당을 환대하는 것은 국내 갈등을 조장해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는 전략"이라며 "의원 외교는 필요하지만, 중국의 의도에 말려들면 결국 '한국은 우리 뜻대로 흔들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다.

    사드 번복 가능성 높아질수록 야당 환대

    중국 정부는 이날 방중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왕이 부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고,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만찬을 대접하도록 했다. 작년 7월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후 중국을 찾은 의원단 중 가장 후한 대접을 받았다. 작년 8월 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방중했을 때는 고위직과의 면담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베이징대·칭화대와 판구연구소 등의 관변 학자들이 이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실제 사드 철회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이자 중국의 대응도 달라졌다. 작년 12월 초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이인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이 중국에 갔을 때는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차관)이 면담에 나섰다. 학계와 의원단의 면담도 외교부 산하기관인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직접 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야당 의원들을 맞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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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외교회담땐 쌀쌀맞던 왕이, 野의원들엔 함박웃음 - 한·중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4일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한 뒤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에서 둘째부터 박찬대·유은혜·유동수·송영길 의원, 왕이 부장, 박정·신동근·정재호 의원,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맨 왼쪽 여성은 통역. /베이징=공동취재단

    이런 변화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국내 정세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면서 이간책으로 한국 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한국 야권을 적극 지원해 한국 정부를 공동의 적(敵)으로 몬 뒤, 궁극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으려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국면에선 관광 제재 등 '경제'를 매개로 '안보'를 흔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중·일 관계가 최악이었던 2013~2014년에는 한국의 역사 감정을 자극해 반일(反日) 공동전선을 형성하려 하는 등 외교에서 이간지계를 적극 활용해왔다"고 했다.

    정부 공식 라인에는 무시·고립 전략

    반면 중국 정부는 공식 카운터파트인 한국 정부는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양국 정부 간의 공식 채널을 사실상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 김장수 주중(駐中) 대사는 2015년 3월 부임 때부터 '사드 설득 임무를 받고 왔다'는 인식 때문에 중국 정부의 견제를 받았고, 공식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는 거의 모든 면담 신청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가 왕이 부장을 만난 것은 작년 6월 황교안 국무총리의 방중 때 배석한 게 유일하다. 북한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대외연락부장의 경우 대사 부임 직후 면담을 신청했지만 만 2년이 다 되도록 응답이 없다고 한다. 관광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여유국장(장관급) 면담도 두 달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주중 한국 대사의 정부·학계 관계자 면담 횟수는 155회였지만, 작년에는 48회로 뚝 떨어졌다.

    외교부 본부도 중국과 제대로 된 접촉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특별사무대표가 주로 상대로 나서지만, 이미 은퇴할 나이가 지난 우 대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어쩌다 한·중 협의가 성사돼서 한한령(限韓令), 여행 제한 등의 경제 제재에 항의해도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전혀 모르는 시늉을 한다"며 "정부를 철저히 무시하며 경제 제재를 가해서 우리 여론을 사드 철회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방한해 정·재계 인사들에게 사드 여론전을 펼치고 간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에게도 "한·중 수교 25주년(2017년) 준비를 위해 만나자"는 제안을 했지만, 천 부국장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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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보복' 말 나오자 쿵쉬안유 "제재는 중국 국민들이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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