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4개월… 원인 못찾았다

    입력 : 2017.01.05 03:04 | 수정 : 2017.01.05 07:42

    [지질자원연구원, 지진 일으킨 단층 찾기 실패]

    - 한계 드러낸 국내 기술력
    진원은 지표 15㎞ 아래인데 지하 2㎞까지만 볼수 있어
    시추가 가장 확실한 방법… 100m 뚫는데 1억, 경험도 부족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지난해 9월 경주 인근의 리히터 규모 5.8 강진(强震)과 500회 이상 이어진 여진(餘震)을 일으킨 단층(斷層)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단층이 지진을 일으켰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발생할 지진의 예상 규모를 예측해 안전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력으로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일본 등 지진 연구 경험이 많은 국가와의 협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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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질연은 4일 "작년 9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지난달 10일까지 3개월간 연구원 20여명을 투입해 지진이 발생한 진앙(震央) 일대를 정밀 조사했지만 지진의 원인이 되는 단층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질연이 현장 조사에 나선 이유는 지진 발생 지점이 이미 알려진 양산단층이나 모량단층이 아닌 두 단층 사이였기 때문이다. 기존 단층에서 뻗은 가지 형태의 단층이 있거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층이 있다는 뜻이다.

    신진수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지하에 단층이 얼마나 길게 형성돼 있는지를 파악해야 단층에 쌓여 있는 응력(應力·단층에 축적된 힘)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이 응력의 크기가 그 단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 홈플러스의 모습. 지진의 충격으로 진열대에 올려놓은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 홈플러스의 모습. 지진의 충격으로 진열대에 올려놓은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트위터 캡처

    지질연은 먼저 지표면이 갈라진 부분을 찾는 지질 조사와 지하수 수위 변화를 살피는 조사를 했지만 새로운 단층을 확인하지 못했다. 11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은 물리 탐사를 진행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화약을 설치해 폭발시킨 다음 퍼져 나가는 진동을 센서로 감지해 지하 구조를 재구성하는 탐사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정확한 단층 조사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물리 탐사로도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질연은 기술적 한계 탓에 단층 조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계와 기상청은 경주 지진의 진원(震源)이 지표 15㎞ 아래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질연의 물리 탐사 기술 수준으로는 지하 2㎞까지만 들여다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끊어진 단층이 지상 인근까지 이어져 있지 않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으면 국내 기술력으로는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해외 기술을 도입해서라도 최대한 이른 시일에 단층을 찾아야 지진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질연은 올해부터 3년간 연구원 60명을 투입해 정밀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조사 방식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땅을 뚫고 들어가는 시추(試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한데, 100m를 뚫는 데 1억원씩 들기 때문에 15㎞에 있는 단층까지 내려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정 수준까지 시추를 한 뒤 물리 탐사를 하거나 새로운 탐사 기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 이 방안에도 한국 연구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림돌이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경주·포항·영덕 일대의 단층을 조사하는 데만 약 5년, 전국 단층을 모두 조사하는 데는 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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