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을 野合으로 몰아붙이자'는 게 文 생각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7.01.04 03:14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들을 야합(野合) 세력으로 몰아붙여야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엔 문재인 전 대표가 당 대선 후보로 이미 확정됐다고 전제하고 쓴 내용도 곳곳에 들어 있다. 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 20명이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항의 성명을 냈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가 구성됐다.

보고서는 개헌을 국가적 혁신 차원이 아니라 시종일관 정략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매개로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반기문 총장 등의 이른바 '제3 지대'가 형성되면 민주당을 패배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래서 "제3 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작성돼 대선 주자 5명,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보고서 내용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문 전 대표의 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주요 대선 주자 중 거의 유일한 개헌 반대론자인 문 전 대표는 얼마 전부터 이 시점에서 개헌이야말로 "촛불 민심 배반"이라고 해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개헌 반대는 순전히 자신의 집권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해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대선 유불리만을 기준으로 개헌 문제에 접근해온 것이다.

이런 한편으로 문 전 대표는 내부 회의에선 집권 시 1년 내에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통치가 아닌 협치이고 분권이다. 문 전 대표의 중임제 개헌은 이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라 개헌 진영을 와해시키려는 것 아닌가. 개헌은 제왕적 통치 체제, 승자독식·패자절망 정치, 여야 무한 투쟁 정치를 끝내자는 국민적 열망으로 추진되고 있다.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집권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개헌을 정략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이 보고서는 많은 대목에서 '문 전 대표와 추 대표는'이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재명·박원순·김부겸·안희정 같은 다른 주자들은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이러니 친노·친문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인물정보]
문재인 "4년 중임제 개헌, 대통령 되면 1년內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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