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인간의 4000년 된 버릇이었다

    입력 : 2017.01.02 15:33 | 수정 : 2017.01.02 15:49

    직장인 손모(26)씨가 지난해 말 한 커피 전문점의 증정 이벤트에 참여해 받은 다이어리. 손씨는 "6년째 이 카페에서 새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한 번도 끝까지 쓴 적이 없다"며 "올해는 꼭 손으로 스케줄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했다./손호영 기자

    직장인 표모(27)씨는 지난해 말, 주변 지인을 총동원해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벤트에 참여했다.
    커피 한 잔에 스티커 1장,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으면 신년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행사였다.
    그는 평소 손글씨나 메모에는 관심이 없지만 새해 목표로 정한 “일기쓰기”를 무사히 달성하기 위해 3일간 커피를 10잔 이상 마셨다. 표씨는 “매년 이벤트로 다이어리를 모았지만 전부 1월까지 쓰고 그만뒀다”며 “올해는 새로 받은 다이어리를 끝까지 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표씨는 2017년 새해 목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코스트너가 신년 다짐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조사한 결과, 1주일 만에 22%, 1달만에 40%가 목표 달성을 포기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달만에 일기쓰기를 포기한 표씨는 40% 안에 속하는 셈이다. 이어 6개월 후에는 60%가 포기했으며 2년이 지났을 땐 81%가 포기했다.

    지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사람이란, 왜 매년 새로운 다짐을 하는 걸까.
    ‘여유있는 부모(Available Parent)’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존 더피 박사는 “새해는 인류가 만든 임의의 날짜이지만 스스로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목표를 제공한다”고 했다. 미국의 여성 기업가 노타 조던은 “새해 다짐은 모든 일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매력이 있다”며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새해 결심’은 4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빌로니아인들은 당시 달력에 따라 새해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11일간 축제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빌렸던 물건이나 도구를 갚아 빚에서 벗어나고, 남에게 덕을 얻는 것을 새해 결심으로 삼았다.
    고대 이집트·로마 사람들도 ‘새해 결심’을 했다. 주로 적이나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용서’ ‘화해’를 구하겠다는 다짐이 인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구한 전통을 가진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 되는 이유는 뭘까.
    모바일 잠금화면 앱 캐시슬라이드가 지난해 10대~30대 사용자 1025명을 대상으로 ‘신년 다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내 의지가 처음과 같지 않아서’가 47.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다짐을 지키지 위한 구체적 계획을 짜지 않아서(24.7%)’, ‘주변사람들과 상황이 나를 돕지 않아서(12.3%)’ 등이 뒤를 이었다.

    재미있는 원인도 있다. ‘호르몬’ 문제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부신피질의 방어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의 작용 기간은 약 사흘 정도다.
    새해 다짐을 지키려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수치가 올라가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포기’라는 치유의 과정으로 들어선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새해 목표를 널리 알리라”고 조언했다. 시카고 드폴대학교 심리학 교수 조 페라리는 “신년 다짐을 비밀로 유지하면 아무도 당신의 목표를 확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사람들이 당신의 다짐을 점검할 것이고 당신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