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 미술평론

조선일보
입력 2017.01.02 03:02 | 수정 2017.01.02 04:30

[미술평론 부문 심사평/미술평론 당선소감]

남병수
남병수

[미술평론 당선 소감]

보편과 특수를 함께… 신출내기의 걸음마 시작

수화기를 타고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감각이 내 안에 틈입해 옴을 느꼈습니다. 그건 확실히 심간을 뒤흔드는 황홀감과 설렘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자라기 짝이 없는 졸고를 끝끝내 세상에 선보이게 될, 내 도래할 미래로부터 이미 벌써 찾아온 부담감이나 부끄러움만도 아니었고요. 아마 어떤 언어로도 공히 포획할 수 없는 종류의 기묘한 느낌이었단 말만이 온당할 겁니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는 순간 흘러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손에 성기게 움킨 한 줌의 고운 모래처럼 말입니다.

비단 저만이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매일의 일상에서 체현해내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건 필연적인 경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불가해함이란 건, 아마도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가진 본연한 속성일 테니까요.

모든 인간 존재는 욕망하는 존재자들이고 그 개개의 욕망의 모습이란 너무나도 상이합니다. 만약 개별자들이 품은 욕망의 최대 실현을 혹 자유라는 잠정적인 용어로 번역해볼 수 있다면, 이론적으론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수십억 개의 자유가 존재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좀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하나의 자유가 다른 자유에 간섭하고 심지어 갉아먹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담 그 누가 가진 자유의 함량도 전혀 감쇄시키지 않고, 모두를 구원할 순 없는 일일까요. 보편과 특수를 함께, 내지는 ‘특수들’의 구원이란 건 정말 실현 가능할까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말씀드리면 이 화두는 제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고민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특별한 가능성을 ‘문학―예술’이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면을 통해 선보이게 될 부끄러운 졸고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요.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논리도 꽤나 성기고 깊이도 많이 모자랍니다. 하지만 기왕지사 이렇게 출사표를 내던진 만큼 한 발 한 발 내디뎌 가보려 합니다. 포부만 가득한 신출내기의 조심스러운 걸음마를 부디 응원을 가득 담아 지켜봐 주시길 고대해보네요. /남병수

―1986년 부산 출생

―홍익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연세대 일반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 재학 중

박영택(미술평론가)
박영택(미술평론가)

[미술평론 부문 심사평]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엮어낸 1989년 이후의 미술

응모된 원고 중에서 최종 4편을 골라 다시 정독을 했다. 생각해보면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거의 맞는 편이다. 그래도 신중함이랄까 모종의 죄의식을 갖고 찬찬히 읽고 또 읽었다. 당선작으로 남병수의 '예술, 인류 구원의 노래를 부르다'를 선정했다. 제목은 좀 촌스럽고 민망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글발이 돋보였다. 죽죽 밀고 나가는 스피디한 문체가 인상적인데 다소 현란하고 자신감 넘치는 문장이다. 나름의 내공이 있는 글이다. 이 정도 문장력은 있어야 평론도 가능할 것이다. 글은 읽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평론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에 대한 리뷰 성격의 글로서 1989년 이후 한국의 모더니티 경험과 현대미술과 사진이라는 두 관계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하는 전시의 문제의식을 풀어나간 글이다. 주어진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꼼꼼히 분석하는 한편 모더니티와 1989년 이후의 동시대 미술을 종횡으로 엮어나가며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감각적인 문체 못지않게 인상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대한 입체적 조망과 비평적인 해석이 부재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전시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 한국 현대사진사 속에서 이 전시의 위상을 거론하는 시선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전시 자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읽어나가는 힘이 중요하다고 본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박영택(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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