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해와 서해 너머의 불길한 조짐들

조선일보
입력 2016.12.31 03:07

일본 방위상이 그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A급 전범(戰犯)들을 받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방위상이 군국주의 상징인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사과의 의미로 미국 진주만 방문 직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 지 이제 불과 한 달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협정을 체결했다. 북핵 위협 대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협정은 최소한 일본이 이웃을 침략해 수백만 명을 살상한 과거와 절연(絶緣)한 다른 나라라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 전제를 일본 측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참배를 강행한다. 요즘 일본은 한국 입장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자주 보이고 있다. 마치 '감정적인 한국'의 약점을 보았다는 듯한 행동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 민간단체가 부산 주재 일본 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했다. 부산 동구청은 28일 이 단체가 허가 없이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자 이를 철거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동구청을 "친일"이라고 비난하고 "부산 시민들의 소녀상 설치는 진정한 독립선언"이라고 반발하자 설치를 막지 않기로 한 것이다. 법에 정해진 대로 일했던 동구청장은 "사죄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 관계가 거칠고 적나라한 충돌로 되돌아갈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은 26일 우리 외교부가 반대하는데도 일방적으로 방한해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만났다. 그는 사드를 담당하는 관리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외국 외교관이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와서 그 나라 외교부와는 접촉도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직접적으로는 우리 국정 마비와 관련된 것이지만 크게 보면 대중·대일 외교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일의 예사롭지 않은 행태는 앞으로 닥칠 사태의 전조라고 봐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