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로에 선 새누리당

조선일보
입력 2016.12.31 03:08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친박(親朴) 핵심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모두 10명 안팎이 대상이라고 한다. 인 위원장은 이들에 대해 '인적 청산 대상'이라는 표현을 썼고 1월 6일 탈당 시한까지 정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8일 자신의 거취에 관한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탈당하지 않으면 자신이 사퇴하겠다는 뜻이다.

친박 핵심들은 최순실 국정 농락 사태의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분당(分黨)이다. 인 위원장은 이 충격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혀 보기 위해 친박이 영입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며 친박 핵심들의 탈당을 요구했다. 친박이 탈당하든지 인 위원장이 물러나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종국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친박 핵심들은 탈당하고 대통령만 남아 있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만약 대통령과 친박이 당을 떠난다면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이 갈라져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는 말도 나올 수밖에 없다. 친박이 탈당을 거부하면 인 비대위원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새누리당 앞을 가린 암운(暗雲)은 더 짙어질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로에 섰다.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새누리당은 웅크린 박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 그리고 어정쩡한 다수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들 모두가 지금의 이 새누리당에 미래가 안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당장의 비바람을 막아줄 지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 던지고 비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쪽 길 앞엔 벼랑이 있고 다른 쪽 길은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걸어온 길,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만으로 일관하다가 도저히 지려 해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져도 그냥 진 것이 아니라 몰락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남 탓을 했다. 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왔다.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죽어야 산다'는 평범한 진리다. 개혁과 혁신은 개혁보수신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에 더 절박한 요구다. 기존의 새누리당이 죽고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갈림길,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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