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史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2016년

조선일보
입력 2016.12.31 03:09

2016년은 한국 경제가 반세기 동안 작동했던 패러다임을 벗고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해였다.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밑돌고 제조업 가동률, 투자, 가계 부채 비율 같은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면 어느 나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다.

반세기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무역입국(貿易立國)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서 뒷걸음질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수출이 58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간 수출 5000억달러 기록도 깨졌다. 9월 이후에는 소비 심리까지 급격히 얼어붙어 소비 절벽을 우려하는 상황에 처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대 성장에 주저앉으면서 청년들은 고용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 올 11월 청년 실업률은 8.2%로 IMF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11월(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세난으로 30~40대(代)가 은행 빚 내서 집 사느라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300조원으로 불어났다. 가구당 평균 빚이 66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6.4% 늘었다. 100만원 벌면 26만원꼴로 빚 갚는 데 써야 하니 소비가 살아날 수 없다.

정부의 경제 운용은 낙제점이었다. 정부는 경영난이 심각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세계 7위 한진해운만 문 닫게 만들고 해운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참담한 실패다. 조선 구조조정은 성과도 없이 답보 상태다. 이제는 기득권이 돼버린 대기업·공공 부문 귀족 노조들은 올해도 제 잇속 챙기기뿐이었다. 철도노조의 사상 최장 파업, 현대차노조의 12년 만의 전면 파업 등 배부른 파업이 꼬리를 물었다. 야당은 노동·공공·금융·교육 4대 개혁 거의 전부를 가로막았다. 핵심인 노동 개혁은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대기업들은 정경 유착으로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수사 때문에 새해 경영 전략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9개 그룹 총수가 한꺼번에 국회 청문회장에 불려 나와야 했다. 1961년 설립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권력의 모금 창구 역할을 하다가 해체 위기다. 정말 2016년은 우리 경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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