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앓던 난치성 우울증… 뇌에 방사선·초음파 쏴 치료

입력 2016.12.30 03:02 | 수정 2016.12.30 07:45

[오늘의 세상]

우울증 유발하는 신경회로 차단

30여년간 난치성 우울증을 앓으면서 재발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던 두 명의 환자가 각각 뇌에 감마 방사선과 초음파 치료를 받고 우울증에서 탈출했다. 약물과 정신 상담이 아니라 방사선·초음파로 신경 회로를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이어서 의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초음파로 일주일 만에 호전

가정주부인 이모(57)씨는 30여년간 고질적인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동안 약물 요법은 물론 뇌에 고강도 전기 쇼크를 주는 치료를 세 차례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두 번의 자살 시도까지 있었다. 증세가 심하면 온 종일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안에만 머무는 생활을 했다. 모든 우울증 약을 써보았으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초음파를 이용한 난치성 우울증 치료 원리
지난해 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팀의 뇌 초음파 시술을 받고 이씨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뇌 초음파 수술은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회로 대뇌 내포(內包) 앞쪽에 초음파를 쏴 신경 회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방식이다. 〈그래픽

치료 결과는 드라마 같았다. 시술 일주일 만에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 표정이 밝아졌다. 우울증 척도 조사에서도 완연한 회복 증세가 나타났다. 일 년이 지난 현재도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최근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부부 송년 모임에도 다녀왔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이씨 가족은 "우울증 연구에 써달라"며 감사의 뜻으로 세브란스병원에 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장진우 교수는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하고 초음파가 타깃에 정확히 조사(照射)되고 있는지 시술 도중 실시간으로 MRI를 찍어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초음파로 우울증을 낫게 한 세계 최초 사례로 국제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마나이프로 우울증 치료

49세 여성 김모씨도 30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그동안 9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고, 손목에는 자살 시도를 주저한 칼자국이 남아 있다. 6가지 각종 우울증 약물이 투여됐으나 차도가 없었다. 12년 전 딸마저 자살한 이후에는 증상이 더 악화했다. 자해 위험성 때문에 정신과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지내왔다. 그러다 3년 전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팀으로부터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기로 두개골과 두피를 째지 않고 밖에서 뇌 안에 감마 방사선을 쏘는 방식이다. 그동안 주로 뇌암 치료에 쓰여왔다.

시술 후 서너 달째부터 김씨의 우울증이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졌다. 이 사례는 최근 유럽 신경외과학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이정교 교수는 "영국의 세계적인 신경외과 석학이 이례적으로 추후 연구가 기대된다는 논평을 학술지에 냈다"면서 "3년이 지난 현재 환자는 약물 복용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재발을 반복하는 난치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10% 안팎으로 추산된다. 2014년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52만명이고, 재발성 우울증 환자는 7만6000여명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찬형 교수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난치성 우울증에 대해 초음파 치료 등이 새로운 대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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