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적 개헌특위 출범, 統治 끝내고 協治 열어달라

조선일보
입력 2016.12.30 03:18

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어 개헌특별위원회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각 정당에 안배된 36명의 위원이 정해지는 대로 1월 중 본격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1987년 이후 30년 만의 특위 설치다. 이른바 '87년 체제'를 끝내고 7공화국을 출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948년 제헌 이후 지금까지 9차례 개헌 중 당시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주도권을 행사해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개헌은 3차(1960년·2공화국)와 9차(1987년·6공화국) 두 번뿐이었다. 9차 때도 대선 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5년 단임 대통령제로 귀착됐다. 10차가 될 이번 개헌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서 나라 틀을 구시대적 통치(統治)에서 협치(協治)로 바꾸는 진짜 개헌이 돼야 한다.

큰 방향은 분권(分權)일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제로섬 투쟁이다. 51%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100% 권력을 휘두른다. 여야가 국가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저 밀어붙이기와 무조건 반대밖에 없다. 그러다 대통령은 말년만 되면 비참하게 추락한다. 이승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나라의 불행이다. 이 암담한 상황을 바꾸자는 것은 이미 합의된 시대정신이나 다름없다. 이 큰 방향으로 국민들과 정치권이 뜻이 모인 지금이야말로 두 번 오기 어려운 개헌 적기(適期)다. 이것을 막아서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역사의 순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 개헌특위는 아니지만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자문위는 여러 번 설치됐다. 개헌안까지 마련해 놓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개헌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개헌 저지선(100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분권형 개헌을 전제로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등 검토할 만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모두 깊은 고민을 담은 대안들이다.

그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고 어제는 새로 뽑힌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속도감 있게 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후보들까지 대부분 찬성이다. 여야 모두가 참여하는 토론회도 열리고 있다. 오로지 민주당 친문(親文)만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자면 5년 임기도 짧다"고 했다. 정권을 다 잡았는데 무엇하러 구(舊)체제를 바꾸느냐는 것이다. 이런 수구적 모습은 적어도 문 전 대표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사실 문 전 대표만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개헌을 무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했지만 당선 후 뭉개버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똑같았다. 그래서 국회 개헌특위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헌특위는 대통령 뜻과 관계없이 국회 주도로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최소한 개헌특위가 대선 전에 개헌안에 합의만 해도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처럼 개헌 공약을 뭉갤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작은 차이를 넘어서 큰 틀에서 만나는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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