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기업 3만1260개(2015년 말 기준)가 지난해 올린 매출 총액이 215.9조원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액(200.6조원)을 웃돈다. 주목할 점은 이 벤처기업들이 대기업보다 성장성도 높고 기술 혁신에도 투자를 많이 하며 일자리도 더 많이 창출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당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평균 8.6% 늘어나 같은 기간 매출액이 4.7% 감소한 대기업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다. 아직 역사가 짧은 벤처기업의 특성상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에 못 미치지만 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어 앞날도 밝다. 국내 대기업이 매출액의 1.5%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동안 3만여 벤처기업은 매출액의 평균 2.4%를 R&D에 투자한다. 그 결과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자금, 판로 등 넘어야 할 난관은 많지만 벤처기업의 절반가량은 자사의 기술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다섯 기업 중 한 기업꼴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 벤처기업들의 72.6%가 자체 연구소나 연구 전담 부서를 갖고 있으며 1사당 평균 4.5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또한 3만여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72만8000명이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가 국내서는 10만 명 정도만 채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제대로 못 만들어내는 대기업에 비해 벤처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7배나 된다. 벤처기업 중 절반 가까이는 내년까지 평균 2.4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니 벤처 분야에서만 새 일자리가 3만2000개 넘게 생겨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삼성·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 삼성전자 하나의 시가총액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청년들은 전체 기업 수의 1%에 불과한 대기업 취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고 쑥쑥 성장하는 벤처기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유망 벤처기업을 1만 개 만들면 청년층 일자리가 24만 개 더 생긴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는 답이 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