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포에… 對테러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입력 : 2016.12.27 19:08

    작년 6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현장에서 이집트 특수부대 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 테러로 출근 중이던 히샴 바라카트 이집트 검찰총장이 사망했다. /정한국 기자

    지난 14일(현지 시각)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카이로 국제공항. 공항 로비로 들어가려는데 보안 직원들이 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 무장한 직원이 “공항 건물에 들어가려면 탑승자가 아니더라도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가방과 함께 신발도 벗어 엑스레이(X-Ray) 검색대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이집트 공항은 X-Ray 검색을 비행기 탑승 전에도 한 차례 더 실시하고 있었다. 이집트 항공청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 같은 불특정 다수 민간인을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Soft target terror)’가 급증해 대(對)테러(Counter-Terrorism) 장비를 확충하고 보안 용역 직원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집트는 카이로공항의 보안 시스템도 선진국 모델을 도입해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IS 사태로 중동 국가들 부랴부랴 대테러 장비 구입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3년 동안 중동(中東) 지역을 중심으로 테러를 저지르면서 중동의 대테러 산업 시장도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IS의 테러를 당한 시리아·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이 서둘러 보안 장비를 대거 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대테러 산업은 폐쇄회로TV(CCTV)나 X-Ray 검색대 같은 보안 장비뿐 아니라 특정 건물이나 집회 장소의 안전을 강화하는 경계 시스템이나 안보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 무형의 지식 산업도 포함된다. 국제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대테러 산업의 중동 시장 규모가 2015년 38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매년 24% 정도씩 커져 2020년엔 102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영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각국 정보기관과 군·경찰이 비공식적으로 지출하는 대테러 비용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오하이오대학 안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테러 산업은 2001년 알 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10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IS 사태가 2014년 전후에 불거지면서 다시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따르면 IS 테러로 2015년 세계 각지에서 1000여명이 사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45% 증가해 1450여명이 사망했다. IS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내년엔 국제 분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무역관의 오태영 관장은 “이스라엘은 전쟁과 테러가 수십년간 끊이지 않아 대테러 관련 업체가 발달해 있는데, IS 사태로 치안 문제가 대두하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기존 장비로는 테러 못 막는다. 새 장비로 전면 교체”

    대테러 산업이 중동에서 커진 주요 원인은 무슬림도 가리지 않는 IS의 테러로 인해 그 피해가 중동에서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와 같은 기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는 중동에서 테러를 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미국 또는 유럽 국가 대사관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슬람을 주요 종교로 하는 중동 국가의 정부 시설을 공격하거나 민간인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알 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정부 등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내통한다는 설이 돌 정도로 일부 중동 정부와는 가까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중동 국가는 테러 예방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IS는 다른 단체와 달리 무슬림(이슬람 신자)도 서슴없이 공격하고 있다. 알 카에다보다 극단적이고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IS는 자신들의 사상을 따르지 않으면 “진정한 무슬림이 아니다”면서 적대시하고 있다. 이에 터키·이집트·요르단 등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들이 유례없는 테러 몸살을 앓는 것이다.

    테러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어 이에 맞설 장비를 다시 구비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 된 점도 대테러 산업 시장을 키웠다. IS는 정보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령을 받은 대원은 소총을 밀반입해 총격을 벌이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테러에 나서기도 하지만, 범죄에 악용되리라 예상하지 못하는 화물이나 트럭으로 행인들에게 돌진하는 등 변칙적인 테러도 자행하고 있다. 자기 대원을 범행 장소에 보내지 않고, SNS를 통해 해당 지역에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포섭해 자폭하라고 종용하는 수법도 쓴다. 각국 정부는 IS의 온라인 선전전을 사전에 차단하고 감시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보기관과 민간 업체는 사이버 전문 요원을 육성하고 신형 감청 장비 등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해외 공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대테러 교육 프로그램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 대테러 지식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테러 잡지 못하면 국가 경제 휘청

    중동 국가들이 수십억달러를 써가며 테러 막기에 혈안인 것은 관광산업이 이 국가들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중동은 그리스·로마시대 유적과 기독교·이슬람교 성지 순례지가 모여 있어 전통적으로 관광지로서 인기가 높다. 이집트의 경우 연간 관광업 수입이 IS 사태 이전엔 125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했다. 요르단도 관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IS 테러가 급증하면서 중동 국가들은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로 인해 외화 부족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중동 국가들이 적지 않다. 결국 대테러 비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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