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천에서 용 날 창구가 없잖아요. 취업도 어렵고, 창업을 하려니 돈도 없고. '국제 교류' 관련 창업은 어학 능력과 SNS 활용만 가능하면 돼요."
김영관(38)씨는 올해 대학생 4명과 함께 출자금 50만원씩을 내고 'TVD 협동조합(브랜드명 떠나리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자원봉사 여행이 비즈니스 모델로, 직원 조합원들은 모두 글로벌 자원봉사 여행을 해본 청년이다. 남산유스호스텔에서 17년 동안 청년 프로그램을 운영한 김씨는, 캐나다 유기농장에서 1년간 글로벌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이한결(24)씨도 2014년, 아이슬란드 지역 예술 축제에서 2주 동안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참가비 30만원으로 숙박과 식비를 모두 해결했다.
TVD협동조합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만 유스호스텔연맹, SCI(Service Civil International) 홍콩, SCI 핀란드 등 파트너를 통해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자원봉사 여행을 돕는다. 10~15일의 캠프 기간 참가비는 30만원가량(항공비 별도). 또 하나는 외국인 봉사자들이 한국 내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K글로벌 자원봉사캠프'다. 2015년 '익산 요가 국제워크캠프(7일)'를 기획·운영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세계 9개국에서 온 20명이 오전에는 사원에서 요가를 배우고, 오후에는 익산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김영관씨는 "청년들이 직접 글로벌 캠프를 만들어보면서 경쟁력도 쌓고, 스스로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글로벌 봉사여행, 은퇴 축구선수의 '플랜B' 설계… 청년 협동조합 '붐'
청년들의 협동조합 설립이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서울 지역 협동조합 2412개 중 292개(12%)의 CEO가 2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9%에 비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도 올해 6월 '청년 협동조합 창업공모전'을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일, 후속 행사로 '2016 청년협동조합 공모전 1기 창업 발대식'을 열었다. 창업 공모전 수상 12팀 중 실제 창업에 성공한 9개 팀의 성과를 공유하고, 3팀(TVD 협동조합, 인어스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을 우수팀으로 선정해 팀당 사업 자금 1000만원을 수여했다.
우수팀 중 한 곳인 '플랜비스포츠'는 은퇴 선수를 스포츠 전문강사로 양성하는 협동조합이다. 경남FC구단 마케터였던 윤소라(27)씨가 지난 7월 전 직장 선배 두 명과 함께 초기 출자금 500만원으로 설립했다. 윤씨는 "은퇴 축구 선수들이 보증을 잘못 서서 빚더미에 앉거나 사기를 당해 사업에 실패한 모습을 많이 봤다"며 "마땅한 생업이 없다 보니, 후배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권유하는 것도 암암리에 퍼져 있는 걸 보고 이 사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플랜비스포츠의 모델은 소비자 조합원(학부모), 생산자 조합원(은퇴 선수), 직원 조합원에다 박항서 전 감독과 같은 후원자를 모집해 후원자 조합원까지 통합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현재 프로축구 은퇴선수 김태민·박병규와 내셔널리그 출신 최기용 등 3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아직 예비 조합원으로서 스포츠지도자 자격증 취득 등 교육과정을 거친 후, 정식 조합원 활동을 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의 '행복나눔 스포츠교실'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축구 교실을 열었고, 11월에는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2박3일 동안 100여명의 아이들에게 축구와 인문학, 협동조합 교육이 결합된 '축구캠프'를 기획·운영했다. 윤소라씨는 "은퇴 선수의 사회화 과정을 도와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인어스
'인어스'는 인천대 출신 학생을 중심으로 조직된 청소년 교육협동조합이다. 이들은 1년간 인천 지역을 포함, 전국 10여개 초중고에서 리더십과 진로, 사회적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표 강진명(25)씨는 "직접 개발해서 적용한 교육 프로그램만 50개, 엎어진 것까지 합하면 100개가 넘는다"고 했다. 인어스의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사회적 경제 창업캠프'의 경우, 사업 아이템 구상부터 모의투자 과정까지 창업 과정을 놀이로 경험하게끔 만들었다. 협동조합이다 보니, 조합원의 강점이 적용된 프로그램도 만들어진다. 게임과 만화에 관심이 많던 강소명(26)씨는 몰락한 성을 4인 1조로 팀을 꾸려 재건하는 스토리의 보드게임을 협동 관련 수업의 교구(敎具)로 직접 개발했다. 강씨는 "조합원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고 성과를 투명하게 나누기 위해 협동조합 창업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제대로 된 한 사람만 길러내도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교육현장에서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