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이른둥이에게 희망의 손길 내밀다

입력 2016.12.27 03:03

국내 첫 이른둥이 통합 서비스 기관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에 가보니

1.5㎏ 미만 아기, 특수치료·부모교육 등
퇴원 후에도 이어지는 맞춤형 케어

"제발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동휘를 보며 유리가 온통 뿌옇게 될 정도로 울었죠."

김혜랑(42)씨에게 1월 1일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아들 김동휘(3)군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임신 25주 차 만에 찾아온 산통, 김씨는 자궁 문이 열린 채 이대목동병원에 후송됐다. 880g으로 세상에 나온 동휘는 엄마 소원대로 힘을 냈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101일을 견뎌낸 동휘를 처음 품에 안은 날, 김씨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동휘 가족이 넘어야 할 고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비 2700만원 중, 국가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1000만원 뿐. 퇴원 이후 계속되는 검사와 재활치료는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다.

"산소탱크와 포화도장치, 분유통, 기저귀, 여벌옷….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아기띠로 동휘를 업었어요. 그렇게 광명에서 이대목동병원까지 일주일에 다섯 번을 오갔습니다. 검사 때마다 '눈이 안 보일지도 모른다''귀가 안 들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말을 들었어요. 그때, 담당 교수님의 소개로 '도담도담지원센터'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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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에서 열린 ‘도담이(이른둥이)’ 생일파티 현장(사진 위)과, 음악치료 중인 이른둥이들의 모습(사진 아래). / 기아대책 제공
◇국내 첫 이른둥이 통합 지원 서비스 '도담도담지원센터'

국제구호NGO 기아대책이 설립한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이하 도담도담지원센터)'는 1.5㎏미만 이른둥이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육아강좌 등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통합서비스 기관이다.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2013년 이대목동병원에 문을 열었다. 의학적으로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 몸무게 2.5㎏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 도담도담지원센터는 이 중 1.5㎏ 미만으로 태어나는 이른둥이가 교정 나이 두 살이 될 때까지 발달검사, 재활치료, 부모상담 등을 제공한다. 100명의 이른둥이(일명 도담이)가 혜택을 받았고, 이 중 56명이 센터를 졸업했다.

퇴원 후 이른둥이들은 이곳에서 주 1회 발달상황에 맞춰 집단 음악치료와 놀이치료를 받는다. 전문 치료사들은 아기의 치료과정을 부모와 주치의에게 전달한다. 전문지식이 없는 부모와, 아기와 함께할 시간이 적은 의사의 중간을 메우는 셈이다. 특수치료 지원은 부모의 심리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연 놀이치료사는 "작고 연약한 이른둥이들을 만지거나 어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양육자도 있다"면서 "놀이치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기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부모교육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도담도담지원센터가 이른둥이 양육자를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진행한 결과, 센터에 오기 전 점수는 평균 62.5점(13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센터 졸업 시점에 다시 평가한 삶의 질은 평균 83.1점으로, 가입 시점에 비해 32.96%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부모를 위한 건강강좌도 매주 열린다. 아이의 눈앞에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물건 놔두기, 장난감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고 문제 해결력 관찰하기 등 현실적인 육아 지식을 전달한다. 지난 5월에는 양천구 보건소와 협약을 맺고 '멘토·멘티 모임'도 출범했다. 박은애 도담도담지원센터장(이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의사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엄마를 비롯한 양육자들이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른둥이 가정에 대한 지원이 병원과 센터를 넘어 지역사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기아대책은 이른둥아 아이가 센터를 졸업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례 관리를 하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센터 치료를 끝낸 동휘군 역시 기아대책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통해 언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병원 밖 이른둥이'…생애 발달주기에 따른 지원체계 필요

"아이를 살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환자가 중심인 병원에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전부 맡길 수도 없고요. 이른둥이에 대한 복지 체계가 척박하다고 해서 이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었습니다."(이찬우 기아대책 생명지기본부장)

기아대책과 한화생명, 이대목동병원 등이 도담도담센터를 꾸려가고 있지만, 시스템이 아닌 '선한 의지'만으로 늘어가는 이른둥이들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도담도담지원센터는 설립 당시 이대목동병원·강서·양천구청 출생으로 가입 조건을 제한했다가, 2014년 더 많은 이른둥이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이 규정을 없앴다. 덕분에 하명주(37)씨는 임신 28주 만에 1.28㎏으로 낳은 이른둥이 아들 유다현(11개월)군을 데리고 센터에 가입할 수 있었다. 집이 있는 분당에서 목동까지는 먼 걸음이었지만, 하씨와 다현군에게는 그만큼 지원이 간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센터 이용에 지역 제한이 생겼다. 한정된 사업비와 인력 안에서, 무한정으로 센터 이용자를 늘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일'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정부는 이른둥이의 치료를 무상 지원한다. 구마모토현은 1.5㎏ 미만의 저체중 아기를 위해 보건소, 병원,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리틀엔젤' 사업을 정책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나가노현립 어린이병원은 인큐베이터를 탑재한 앰뷸런스와 산모를 이송할 헬기까지 갖췄다. 나카무라 도모히코 나가노현립 어린이병원 부원장은 "이른둥이 생존율이 90% 이상인 일본은 이제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관심을 둔다"면서 "아기가 9세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달 상황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이른둥이들은 신생아집중치료실을 나오고 나면 대부분의 지원이 끊긴다. 정부 관심이 신생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집중치료병상 확충과 미숙아의료비지원사업에만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료비지원사업도 1.5㎏ 미만 저체중 출생일 경우 최대 1000만원(월 평균소득 150% 이하 가구에만 해당)으로 한정돼있다. 하지만 대한신생아학회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가정 10가구 중 6가구는 계속되는 재활치료비 부담 때문에 경제적 지원을 받거나 금융권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종우 경희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과학회장)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른둥이 생존율은 87%까지 상승했지만, 생존 후의 지원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극소저체중출생아·고위험군 신생아는 신경장애, 호흡기장애의 빈도가 매우 높으며 부모 불안도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장기적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른둥이 중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어렵고, 가정방문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정부의 기존 복지서비스 체계에조차 편입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보육이 국가적 차원의 복지서비스라면 이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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