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지가 24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약 10년 전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반 총장 측은 이날 "완벽한 허위 보도"라고 했고, 문제가 된 당시 만찬 참석자들이나 박 회장 본인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즉각적인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공격에 나섰다.
◇주간지의 10년 전 의혹 보도로 촉발
시사저널은 반 총장이 지난 2005년 5월과 2007년 1월쯤 박 회장에게 각각 20만달러와 3만달러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근거로 박 회장의 지인 등 익명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했다. 2005년 5월은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으로 있을 때고, 2007년 1월은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2005년 5월 3일 당시 외교장관이던 반 총장은 방한한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을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 주(駐)베트남 대사관 명예 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박 회장이 쇼핑백에 20만달러를 담아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또 2007년 초에도 박 회장이 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반 총장에게 3만달러를 줬다는 증언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박 회장이 돈을 준 목적으로 '사업상 도움을 얻으려' '반 총장과 사돈을 맺으려' '취임 축하를 위해' 등을 거론했다. 2009년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선 박 회장이 유엔사무총장 선거 자금으로 반 총장에게 거액을 줬다는 설(說)이 돌기도 했다.
◇만찬 참석자들 "당시 상황과 달라"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반 총장 측 김숙 전 유엔대사는 입장 자료를 내고 "반 총장은 박 회장이 2005년 5월 3일 만찬 때 베트남 명예 총영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참석하기 전까지 그와 일면식도 없었으며 이후에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 만찬 참석자들도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베트남 외교 당국자와 기업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만찬에 동석했던 기업인과 외교부 전직 간부는 본지 통화에서 "만찬은 원래 오후 7시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박 회장이 늦어 30분 정도 기다리다 시작됐다"며 "박 회장은 만찬이 시작되고도 20~30분쯤 뒤 도착했는데 이미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일부 참석자가 제지하기도 했다"고 했다. 박 회장이 만찬 시작 1시간 전쯤 외교장관 공관에 도착해 반 총장을 따로 만나 20만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보도는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는 "박 회장이 나중에는 폭탄주를 마시자고 소리치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거론해 반 총장이 상당히 당황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이 어떻게 돈을 받느냐"고 했다.
반 총장 측은 2007년에 박 회장에게 3만달러를 받았다는 데 대해서도 "현직 유엔사무총장이 음식점에서 3만달러를 현찰로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금품 제공설에 대해 이날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라며 "반 총장과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반 총장의 '박연차 돈 수수설'은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돌았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보도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또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 총장은 성완종·박연차 관련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반 총장 조카 반모씨가 고(故) 성완종 전 의원이 운영하던 경남기업 사업과 관련해 송사에 휘말린 것을 쟁점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은 도덕적으로 거리낄 게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