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주자 검증과 정치 공작은 종이 한 장 차이

조선일보
입력 2016.12.26 03:19

한 시사 주간지가 2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외교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05년 20만달러, 유엔 사무총장 취임 직후인 2007년 3만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도 이런 진술을 확보했으나 덮었다고도 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반 총장의 해명과 함께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반 총장 측 UN 대변인은 "완전한 허위"라고 부인하고 이 주간지에 기사 취소를 요구했다. 반 총장의 국내 측근도 "황당무계한 음해"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돈을 준 것으로 지목된 박 회장도 부인했다. 박 회장을 수사했던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반 총장은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사람이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다음 달 중순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대부분 공소시효를 지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합법적 틀 내에서 최대한 밝힐 필요가 있다.

진영 간의 패싸움이 되기 쉬운 대선은 합리와 이성보다는 불합리와 비이성이 판치는 무대가 되곤 한다. 그 와중에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역시 '정치 공방'에 머무르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관계도 그런 경우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검증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번 대선이 그 길을 여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과 정치 공작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대선은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웬만해선 나중에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한탕'식 정치 공작이 판을 치게 된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상대 당이 제기한 병역 비리와 최규선 20만달러 제공 의혹 수렁에 빠져 결국 낙선했다. 나중에 이것들이 모두 조작이거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제기한 국회의원 등이 사법 처리됐지만 선거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런 정치 공작이 모두 '검증'이라는 탈을 쓰고 등장했다.

검증과 정치 공작을 가려내려면 공작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각 당과 후보 진영이 최소한의 양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언론의 신중한 보도와 사법 및 선거관리 당국의 집중적이고 신속한 판단도 필요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엄격한 검증은 꼭 해야 하지만, 거짓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기도만큼은 반드시 밝혀내 철퇴를 내려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