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이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부 세종 청사에서는 30분 이상 일찍 점심 먹으러 나가고 늦게 업무에 복귀하는 공무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회 번호가 찍힌 전화는 받지를 않고, 정책 아이디어가 있어도 다음 정부에서 써먹겠다며 감춰두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한다. 부하 직원들의 느슨해진 기강을 다잡아야 할 간부급들조차 인사 지체를 핑계로 아랫사람들을 방치하면서 복지부동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간 후부터는 느슨한 근무 행태가 체질화되고 있다. 장·차관과 국장들이 업무차 서울 간 동안을 무두절(無頭節)이라며 휴일처럼 부른다고 한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갇힌 것처럼 도태되어 간다는 걱정이 많았다. 탄핵 정국 이후로는 더 심해져 공무원들 스스로 "나사가 완전히 풀렸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당장 AI(조류 인플루엔자)에 따른 '계란 대란'만 해도 그렇다. AI가 처음도 아니고 13년간 9차례나 겪었는데도 이번에 정부는 초보 운전자처럼 서툴렀다. 살처분 가금류가 2400만 마리를 넘었다. 군청 방역팀이 살처분 용역업체를 수소문하느라 20시간씩 지체하다 피해를 키운 곳도 있었다. 계란 값이 한 달 전보다 27%나 오르고 계란 도둑까지 나타났다. 독감 대처도 똑같다.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 독감이 급속도로 퍼지는데 보건 당국은 손 놓고 있었다. 어린이·청소년 독감 의심 환자가 1000명당 153명으로 역대 최대치까지 올라갔다.
대통령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데 공무원들마저 사명감을 팽개쳐버리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국민은 대형 사건·사고가 안 나기를 마음 졸이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