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온기를 함께 나눌 소설과 시

조선일보 Books팀이 추천하는
크리스마스에 읽을만한 책들이다.
책과 함께 Merry Christmas!

    • 취재=조선일보 Books팀
    • 편집= 뉴스큐레이션팀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함께 나눌 소설과 시

  • 취재=조선일보 Books팀
  • 편집=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6.12.24 07:00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함께 나눌 시집 세 권과 소설 세 권을 추천한다.

시집 전문서점을 운영하는 시인 유희경과, 과장과 허세 없기로 이름난 소설가 윤성희가 올해의 추천자다.
책과 함께 차분한 성탄절 되시기를. 

며칠 전, 꽃다발을 든 청년이 가게에 왔다. 공들여 시집을 골라온 그에게 고백하러 가시는 길이냐, 하고 물어보니 수줍게 웃기만 한다. 정성껏 포장해 들려 보낸 내 귀에 다른 손님들의 대화가 들렸다. "시집을 선물로 주려나 봐. 시집으로 될까?" 어떻게 들어도 부정적인 말에 마음이 상했다. 청년의 진심이 훼손당하는 것 같아서 그랬다. 게다가 시집이 선물이 될 수 없다니. 장담컨대 시집도 선물이 된다. 아니 참 귀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시란, 마음 낱낱이 적어보낸 편지이기 때문이다. 진중히 골라 적힌 아름다운 언어들로 보내는 마음보다 대단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보석보다 빛나고, 명품보다 가치 있다. 그래서 시집은 뜻 깊은 선물이다. 때마침 크리스마스다. 주고받으며 서로를 축복하고 사랑하는 날이다. 그 많은 시집 중에서 멋진 선물이 될 몇 권의 시집을 권하려고 한다.

첫 번째 시집은 김용택 시인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이다. 크리스마스는 "울면 안"되는 날이 아니다. "울고 들어온 너”를 보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날이다. 눈물로 차갑게 얼어붙은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주고 싶은 날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위로할 줄 아는 김용태 시인은 오늘의 멋짐을, 지금 너의 생각이 그리 모나고 비뚤어진 것이 아님을 담담한 언어로 위로해준다. 두 번째로 고르고 싶은 시집은 김종삼 시인의 '북치는 소년'이다. 한 편 한 편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와 같은 김종삼의 시들은 겨울 낮과 같이 명징하고 선명하다.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만큼, 크리스마스와 이보다 더 어울리는 시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골라드릴 시집은 먼 나라에 살고 있는 마종기 시인의 ‘마흔두 개의 초록’으로 정한다. 마종기 시인의 정서는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리움이란 감정 건너편에는 소중함과 사랑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화려함이 지나고, 차분하고 여유 있는 아침이 찾아왔을 때 이 시집을 읽어보길 권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놓치고 살던 것의 아름다움을, 선한 감정이 “머리를 털며 홀연히 내 앞에서 빛을 뿜는” 귀중한 경험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값이 비싼 물품들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시들이 선물이 되는 것은 아름답기까지 할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시집 한 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어떨까. 분명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될 테니까. /유희경·시인·서점 위트앤시니컬 대표

"중서부에 사는 한 소년이었던 시절, 나는 밤마다 밖으로 나가 별을 바라보며 온갖 의문을 품곤 했다." SF 문학의 거장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작가에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은 이런 문장으로 이어진다. "별을 보고 있지 않는 동안에는, 오래 신었거나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달리거나, 나무에 매달리거나, 호수에서 수영을 하거나, 마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룡이나 타임머신에 대한 책을 읽곤 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들을 읽는 동안 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작가는 대부분 소설에서 미래를 말하고 있는데, 그걸 읽는 동안 독자인 나는 잊고 있던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발견한 것이다. 오랫동안 달을 쳐다보고, 눈이 녹는 걸 구경하고,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의문을 품던 시절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십 대였을 때 이 소설들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그때 읽었다면 나는 더 자주 별을 보고 더 많이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와 우주 여행을 꿈꾸는 소설이 무슨 연관이냐고 누군가 물을지 모르겠다. 글쎄…… 루돌프 사슴코도 하늘을 날지 않는가!

별을 보며 미래를 꿈꾸기에 지친 이십대라면 김애란 작가의 단편을 읽어보면 어떨까? '침이 고인다'는 단편집, 그 중에서도 특히 '성탄특선'이란 단편을 권한다. 돈이 없어 단칸방에서 같이 살아가는 남매의 이야기다. 취직을 하지 못한 오빠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트 하는 것을 포기하고, 여동생은 애인과 낭만적인 하룻밤을 꿈꾸며 모텔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모텔은 빈방은 없거나 혹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가난한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란 그런 것이다. 낭만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서사. 그래서 이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세상엔 왜 내 방이 없을까? 생각할 때 가슴 한켠이 아려진다.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중장년이라면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을 읽어보았으면. 재벌 2세인 유부녀가 한 남자에게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고백을 들은 뒤 모든 것을 버린다. 이렇게 거칠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니 이 소설이 통속적인 연애 소설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섬세한 문장의 결을 따라가다보면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극적인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고 나면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 소설이 떠오를지도 모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윤성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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