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의 지키고 합리적이면 의원 노릇 못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6.12.23 03:18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총리를 향해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라고 했다. 하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들의 청문회 불출석 사유를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명백하게 답변하지 않으면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황 총리에게 사드, 한·일 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 교과서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판단하지 마라. 잘하실 필요 없다"고 했다. 사람에게 판단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를 누가 할 수 있는가. 이 의원은 "사과하고 직을 내놓으라"고도 했는데 황 총리가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든 게 모든 걸 거부하고 반대한 민주당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오방끈을 흔들다가 황 총리 앞에 던지듯이 놓고 가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 농락과 같은 비이성과 비합리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성적,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적,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비이성·비합리에 똑같이 비이성·비합리로 달려든다. 제 감정 배설 외에 얻는 것이 없다. 갈등만 격화시킨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2일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 다시 거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입법 의원이 시위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말을 예사로 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밖에 없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제 국회 최순실 청문회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라는 핵심 증인을 불러 놓고도 1시간 이상 질의도 못 했다. 여야가 다른 문제로 옥신각신하느라 벌어진 일이다. 막상 질의가 시작되자 핵심을 찔러 사건을 규명하는 의원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그래 놓고 '언론이 잘했으면 최순실 사태를 막았을 것'이라고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언론 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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