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물러터진 '난동 승객' 대처, 외국과 비교해보니

    입력 : 2016.12.22 15:02 | 수정 : 2016.12.23 10:17

    항공사, 허술한 포승줄로 결박해 난동 조장
    경찰, 술취했다고 보호자에게 인계
    외국 항공사, 덕 테이프로 묶은 후 기착 후 바로 체포

     
    #너그러운 대한항공, 대한 경찰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행패를 부린 임모(34·회사원)씨.
    알려진대로 임씨는 20일 오후 대한항공 여객기(KE480)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한국인 승객 A(56)씨의 얼굴을 때리는 등 2시간가량 소란을 피웠다. 임씨는 여승무원 2명의 얼굴과 배를 때리고, 정비사얼굴에 4차례 침을 뱉고, 정강이를 걷어차며 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씨는 미국 가수 리처드 막스를 비롯한 다른 승객들과 승무원들에게 제압됐고, 이후 경찰에 넘겨졌다.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임모씨. 자신을 말리는 항공사 직원 얼굴에 침을 뱉는 모습.

    하지만 ‘과정의 허술함’으로 또 다른 ‘분노’를 낳고 있다. 리처드 막스는 “승무원들이 난동 부리던 임씨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임씨는 승무원들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묶은 줄을 여러차례 풀었다. 동영상을 보면 임씨 뿐 아니라 누구라도 금세 줄을 풀 수 있을만큼 허술하게 묶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 대처도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임씨를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넘겨 일단 집으로 보냈으며 조만간 불러 난동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시 경찰서로 데려가 입건하지 않고, 신병을 가족에게 넘긴 것이다. 때문에 “부친이 중소기업 사장이라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는 ‘금수저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땅콩회항’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대한항공, ‘금수저 자제들’에게만 유난히 관대한 것일까, 아니면 모든 승객을 이렇게 ‘사랑’으로 감싸고 있는 것일까.

    #아이슬랜드 항공기 난동승객의 경우

    술에 취해 옆자리 여성을 공격하고, 다른 승객들에게 침을 뱉고,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고….
    2013년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를 출발, 뉴욕으로 향하는 ‘아이슬란드에어(IcelandAir)’ 기내에도 이런 형편없는 짓을 저지른 승객이 있었다. 임씨의 행위와 거의 비슷하다.

    승무원들은 이 승객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아예 입을 ‘청 테이프’라 불리는 방수테이프(Duct Tape)로 막고, 몸도 같은 테이프로 친친 동여맸다. 당연히 그는 더 이상 난동을 부리긴 어려웠고, 뉴욕 공항에 내린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물론 남자는 술에 취해 경찰 심문을 즉각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경찰은 우선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병원에 데려가 1차 처치를 하곤 다시 경찰서로 데리고 왔다. “보호자에게 넘기거나 조만간 조사하겠다”가 아니라, 미국 땅에 내리자마자 신병을 넘겨 받아 법적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아이슬랜드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 꽁꽁 묶여 있다.

    #러시아 난동승객의 경우

    지난 8월, 러시아 모스크바행 아에로플로트 국내선 항공기에서도 사고가 있었다. 술에 취한 남자가 승무원을 향해 “야, 내 얼굴을 X나게 때려봐” 하고 난동을 부린 것. 승무원이 소리 지르지 말라고 주의를 주자, 더욱 열받은 남자는 이성을 잃고 급기야 남성 승무원의 뺨을 때렸다. 이를 본 다른 여러 승객들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 갤리(gally) 앞에 있는 승무원 좌석에 앉힌 뒤 방수테입으로 손을 묶었다. 그는 결국 이런 자세로 항공기내에 묶여 있었다. 착륙 직후 남자는 경찰에 체포됐고,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 승무원들은 이 남자의 양손을 뒤로 돌려 방수테입으로 묶고 승무원용 의자에 앉힌 후 안전벨트로 포박했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테이저 건을 쓸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몇번 씩이나 풀리고 마는 허술한 포승 대신 ‘방수 테이프’ 같은 걸 쓸 수는 없었을까. 외국 항공사는 테이저 건을 쓰지 않고도, 난동 승객을 재빨리 제압했다. 물론 승무원 물리력에 한계가 있기에, 다른 승객들의 도움을 받았다.

    20일 대한항공 사고에서도 결국 ‘난동 젊은이’를 제압한 것은 승객들이었다.

    한국 항공사와 경찰이 지나치게 물러터진 것일까, 미국이나 러시아 항공사와 경찰이 너무 야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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