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첫날 '대통령·삼성·국민연금 커넥션 의혹' 정조준

입력 2016.12.22 03:04

[탄핵 정국] 朴대통령 뇌물죄 입증에 총력

7월초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前 대통령 "삼성 도와라" 물증 나와
삼성의 최순실 지원 뒤엔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
국민연금·복지부 등 압수수색… '삼성 지원' 관련 증거 확보 나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식 수사에 돌입한 첫날인 21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을 정조준하며 대대적인 압수 수색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이번 특검의 성패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특검과 특검보들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빌딩 18층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바로 그 시각 특검 수사관들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세종시 보건복지부 사무실 등 1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전날 박 특검의 긴급 지시를 받고 이날 새벽부터 압수 수색 장소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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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식과 동시에… 압수수색 시작한 특검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게이트’ 정식 수사에 돌입한 첫날인 21일, 현판식과 동시에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였다. 특검은 오전 9시 서울 강남의 대치빌딩 18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현판식(왼쪽)을 했다. 박 특검(현판 오른쪽)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특검은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연금정책부를 비롯해 10여곳을 압수 수색했다(오른쪽). /고운호 기자·뉴시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삼성 수사의 핵심이 '국민연금의 삼성 지원 경위'를 밝혀내는 데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준 대가로 삼성이 최씨를 지원한 혐의와 관련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 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손해를 보면서도 두 회사의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배임(背任) 혐의도 조사 중이다.

◇'대통령이 합병 지원 지시' 안종범 메모 확보

특검팀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은 '민원 해결'을 바라고 건넨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수사했던 검찰은 "대가를 바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낸 것"이라는 기업들의 진술을 근거로 '강요에 의한 모금'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런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정황이 적지 않다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특검팀은 특히 삼성을 둘러싼 '뇌물 혐의' 정황과 단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두 재단에 대기업들 중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와 별개로 작년 8~10월 최순실(60·구속 기소)씨가 독일에 세운 스포츠컨설팅업체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지원 계약을 하고 80억원가량을 최씨 측에 송금했다.

특검이 파악한 삼성의 최순실 지원 과정표

특검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의 두 재단 출연과 최씨 지원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공고해졌지만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에 나서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지난해 7월 17일 합병이 이뤄졌다. 이어 같은 달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獨對)를 가졌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이에 대해 "합병 문제는 독대 때 거론되지 않았으며,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은 독대나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과는 무관하게 그 전에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합병 문제를 정부가 적극 도와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적힌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삼성의 '방어벽'을 뚫을 핵심적 단서라고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의 메모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 이전인 지난해 6월 말 작성된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은 다른 대기업들과 상황이 다르고 꼭 총수와 대통령 간 독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 수사 종착역은?

특검팀은 최근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인 장충기 사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사장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장 사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와 관련해 안종범 전 수석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삼성의 대관(對官) 업무를 총괄하는 장 사장이 '최순실의 힘'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합병 문제 해결과 재단 출연을 주도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합병 지원 지시'를 하게 된 데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상진 사장은 독일을 무대로 이뤄진 삼성의 최순실 모녀(母女)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말 독일로 건너가 최씨를 만났고,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장 사장과 박 사장은 검찰 수사에선 처벌받지 않았으나, 특검팀에선 이미 두 사람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검 수사가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겨냥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씨 지원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최순실씨의 존재는 올 2월쯤에야 (보고를 받고)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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