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대선 주자들의 안보 포퓰리즘 검증해야

    입력 : 2016.12.22 03:15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 통보, 한국군 보병여단 이라크전 추가 파병 요청, 미 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 미 2사단 2여단 이라크전 차출….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1년여 동안 한·미 간에는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파괴력을 갖는 대형 안보 사안들이 잇달아 불거졌다. 한·미 동맹보다는 자주성을 강조한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며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특히 2003년 6월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청와대를 방문해 김희상 국방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에게 주한미군 3만7500명 중 1만2500명을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청천벽력이었다.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 노선 결심을 굳히게 만든 주한 미 7사단 철수 이후 최대 규모의 주한미군 감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파장을 우려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한동안 극비에 부치기로 했다. 그해 7월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감축 논의 잠정 중단을 요청하는 친서까지 보냈다. 친서에서 노 대통령은 내외의 논란을 줄이기 위해 그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의할 때까지 감축 논의를 일절 하지 말자고 했다. 국내외에서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가 이어졌지만 양국 정부는 한동안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오리발'로 일관했다.

    2004년 8월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차드 롤리스(왼쪽)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이 미군 재배치에 관한 내용의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노무현 정부 시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등을 역임하며 핵심 실세로 활동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쓴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 칼날 위의 평화'엔 이런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3600여명의 병력을 보낸 이라크 추가 파병도 노 정부로선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참여정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외교·안보 사안들은 노 대통령이 언급했듯 정치와 통치는 다르고, 비판자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도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통치'를 노리는 대선 주자들의 진영 논리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등은 '사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이미 결정된 국가 정책을 유보하고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모병제 도입과 병력 30만명 수준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 안보 환경이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 한·미 동맹을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할 태세다. 타고난 사업가이자 '협상의 달인'인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더 우리를 애먹일지 모른다. 김정은은 탄핵 사태의 역풍을 우려해서인지 도발을 자제하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장거리 핵미사일 완성을 포기할 리 없다. 김정은은 포악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우리 군 내부적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대규모 병력 감축 및 국방비 압박으로 전력 증강이 어려운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은 이런 안팎의 도전으로부터 우리 국익과 생존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과 정책 검증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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