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10여명이 20일 만나 집단 탈당 뜻을 굳히고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21일 결정키로 했다 한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는 것"이라며 "당내에서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내하고 노력했으나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친박 측에서도 "공존하기 어렵다"고 했다. 탈당하는 의원 숫자가 원내 교섭단체(20명)를 넘긴다면 분당(分黨)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런 일은 보수 정당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보수 정치의 위기다.

새누리당은 보수 정치의 중심이라고 자처해왔다. 그러나 당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의 무능, 독선도 모자라 재벌의 돈을 걷어 최순실씨에게 맡기고 최씨에게 장관·수석 인사권까지 주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집무실엔 잘 나오지도 않고 비서실장·장관·수석도 제대로 만나지 않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신자로 몰아 공격했다. 이 모든 것은 책임, 헌신, 관용이라는 보수의 기본 가치와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이 파국적 결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총선 때도 '진박(眞朴) 공천'으로 참패를 당하고도 오히려 더 고개를 쳐들고 나왔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초기만 해도 당대표가 "큰 죄를 지었다"고 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보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주류 친박계가 이렇게 민심과 엇나가고 있는데 비주류라는 사람들 역시 보수 가치를 재건한다는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3년 뒤 총선에서 자신이 어떤 입장이 될지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친박계는 이런 사정을 뻔히 보고 있기 때문에 '나갈 테면 나가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비주류가 '결단할 때가 됐다'고 하지만 또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 알 수 없다.

실제로 비주류가 탈당하게 된다면 누가 진짜 보수이고 누가 보수의 탈만 쓴 가짜 정치 패권 집단인지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진짜 보수가 일어서지 않으면 '1인 맹종 정당' '민심 역행 정당'의 퇴행성에 고개를 돌려버린 지지층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진짜 보수는 재건돼야 하고 가짜 보수는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