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동해안 어장 씨 말리는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 앉아서 보기만 할건가

    입력 : 2016.12.19 03:21

    정성원 기자
    춘천=정성원 기자
    "고기가 너무 없어요. 만선은 꿈도 안 꿉니다. 적자라도 피하자는 마음으로 출항하니 말 다 했죠."

    강원 동해안 어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들의 하소연이다. 이곳의 대표 어족 자원이었던 명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서 잡힌 명태는 3t에 불과하다. 1980년대까지는 동해안에서 연간 2만t이 넘는 명태가 잡혔다. 꽁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어획량(113t)은 1995년(3268t)의 3.5% 수준이었다. 지난해 고등어 어획량(257t)은 1995년(4983t)의 5%. 멸치·오징어의 어획량도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어민들은 어장 황폐화의 원인으로 북한과 중국이 2004년에 맺은 동해 공동어로협약을 지목한다. 명태와 오징어 등 회유성 어종이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다 중국 저인망 어선에 무차별적으로 남획된다는 것이다. 북한 동해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4년 114척이었다가 2011년 1299척, 2013년 1326척, 2014년엔 1904척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1255척(지난 9일 기준)이 왔다. 어족 자원 고갈은 어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강원도청 산하기관인 환동해본부(수산 정책·어업 지원·해운항만 업무)가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을 통해 '중국 어선 북한 수역 조업 피해 조사' 용역을 진행한 결과, 중국 어선 조업으로 인한 오징어 생산량 감소 피해는 연간 최대 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명태와 고등어 등 다른 어종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어기(禁漁期) 지정이나 치어 방류 사업 같은 어족 자원 회복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부터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어획증명제 도입을 제안한다. 대외무역법상 수입 농수산물 및 가공품은 어획 장소가 아닌 통관지를 원산지로 명시한다. 따라서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수산물 중 북한 수역에서 잡은 어획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어획증명제를 도입하면 중국산 수입 수산물의 어획 장소와 어획량을 비교해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불법 남획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입항한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했는지 조사하고, 이를 확인하면 항만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항만국 조치협정도 검토해볼 만하다. 지금처럼 어족 자원의 고갈을 방치하다간 '제2의 명태 실종 사태'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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