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선행 학습하듯… 초등생까지 '선행 미용관리'

입력 2016.12.16 03:04

- 방학 맞아 치과·피부과 북적
서울 강남 성형외과들 '학생 할인' 중학생으로 확대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 시작… 부모가 먼저 화장품 사주기도

14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한 피부 마사지숍에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들어왔다. 어머니 이모(37)씨는 딸에게 '스킨 케어(피부 관리) 3개월 정기권'을 끊어줬다. 이씨는 "새 학년이 되기 전에 가무잡잡하고 여드름이 난 딸아이 얼굴을 윤기 있고 갸름하게 가꿔줄 것"이라며 "외모가 경쟁력이라고들 하는데, 아무래도 예쁘게 보이면 친구들한테 호감을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씨는 딸에게 화이트닝(미백) 화장품을 사주고, 박피술(剝皮術·피부 흉터나 흔적들을 깎아내 없애는 시술)의 일종인 아쿠아필링도 시켜줄 계획이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10대 초반 초·중학생 자녀의 외모 관리에 나서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피부나 치아 같은 신체부터 의류·가방류 등까지 자녀가 또래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다.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상급 과정을 미리 배우는 선행(先行) 학습처럼, 외모로 기죽지 말라고 '선행 미용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NOW] 선행 학습하듯… 초등생까지 '선행 미용관리'
겨울철 치과와 피부과, 성형외과는 엄마 손을 잡고 온 초·중학생으로 붐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장모(여·40)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입이 튀어나와 아이들이 놀린다고 불평해서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한 치과 원장은 "초·중학생 고객의 3분의 1은 겨울방학에 몰린다"며 "전체 환자 중 학생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들은 비용의 40%를 깎아주는 학생 할인 프로그램을 중학생까지 확대하고 있다. F성형외과 관계자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 학생들은 성형수술을 권장하지 않는데도,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와서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는 어머니들도 많아 병원이 오히려 말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 교실과 키 크기 운동을 위한 농구 교실 같은 프로그램도 인기다.

여학생들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도 초등학교로 내려가고 있다. 부모가 먼저 자녀 피부 상태에 맞는 품질 좋은 화장품을 사주고 화장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박모(여·36)씨는 "딸에게 새 학년 선물로 선크림과 립 제품 같은 걸 모아 사주기로 정했다"며 "아이들끼리 경쟁하듯 아무 제품이나 덕지덕지 발라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엄마가 좋은 제품 사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선행 미용' 확산은 10대들에게 연예인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과 관계 있다는 분석이다. 잘생긴 외모에 화려한 옷을 입는 연예인이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아이들도 '멋진 겉모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육 기업이 지난 5월 초등학생 3303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연예인이 38%로 가장 많았다. 반면 1970~1980년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은 대통령(1위), 과학자(2위)였고, 1990년대에는 의사(1위), 변호사(2위)였다.(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보고서) 2013년 한 가정학습 프로그램 조사에서는 학생들이 명절 때 어른들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외모와 관계된 질문'(28.6%)이었다.

'선행 미용'이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과도한 교육열의 변형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선행 미용은 학교 교육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자녀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자녀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경쟁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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