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가 '자연미인이냐, 성형미인이냐' 조사하는 자리?

    입력 : 2016.12.14 16:35 | 수정 : 2016.12.14 18:32

    국정조사 "그날 주사 맞았나, 시술했나" 집중포화
    관련 당사자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주사맞고 시술받아 탄핵 된 것 아니야
    '성형 스캔들'로 키우면 반발만 키울 것

    “그런 적 없다” “그런 일 없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거나, 시술을 받았는가에 대해 증인들은 한결같이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세 가지다. 정말 아니었거나, 입을 맞추고 나왔거나, 각각의 개인들이 ‘부인(否認)’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거나.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말 맞추고 나온 것 봐라” 분노하고, 반대편에서는 “아니라는데 왜 난리냐”고 한다.
    14일 국정조사에서 대통령에 관한 필러 시술 의혹을 질문하고 있는 야당 의원./연합뉴스


    흥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기자는 그 셋 중 어느 것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주사제 의혹’ ‘성형 의혹’은 젖혀두고, 미용사의 출입으로 드러난 대통령 머리 손질만 갖고 우선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그날 머리 손질을 받지 않았다면 세월호 아이들이 살아나올 수 있었을까.

    청와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 4월16일 오전 10시 15분 안보실장과 첫 통화를 한 것부터 시작해 중대본에 도착한 오후 5시15분까지 14번의 서면보고를 받았고, 3번 유선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날 오전 8시 52분 단원고 학생이 “배가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119에 신고했고, 오전 10시 25분 이미 90% 전복해 침몰하고 있었다. 물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통상 세시간 정도로 본다.

    4월 16일 오후 3시 경 이뤄졌다는 ‘대통령 머리 손질’은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이나 실망감을 부추기는 이유는 되겠지만,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사고 발생 소식을 듣자마자 대통령이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지시했었어도 세월호 참사자를 크게 줄이지 못했을 수 있었다. 세월호 관련자들과 해경의 대응 자체가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도만 했더라면, 국민들은 ‘국민 안위를 위해 대통령이 노력했다’는 최소한의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전까지만 해도, 국민 다수는 “대통령이 뭔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거나, 믿고 싶어했다. 그래서 “7시간을 밝히라”는 주장에 크게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 생각이 달라졌다. 대체 대통령 청와대 비서진은 왜 대통령 얼굴에 대고 말을 못했을까, 477명이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데 줄곧 서면보고 받는 게 답답하지도 않았을까. 대통령이란 최소한 그런 현장에 맨발로 뛰어가고, 가서 어떻게든 무엇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니, ‘대통령도 나름 애썼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전제’ 마저 흔들리는 것이다.

    야당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함으로써 세월호 아이들 구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 ‘어떤 일’은 한 때는 굿이었고, 지금은 프로포폴, 성형 시술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짐작하듯, 대통령은 ‘작위(作爲)에 의한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부작위(不作爲)로 인한 직무 태만’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부작위에 의한 재앙은 더할 나위없이 크다. 그것을 우리는 아직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위’를 ‘작위’로 증명하려는 이 부질없는 노력은 ‘대학생도 필러·보톡스 시술을 받는데, 대통령이 받는 게 무슨 문제냐’는 단순 대항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은 ‘직무상 중대한 위배’ 등의 이유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됐다. 이걸 ‘성형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일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하루 걸러 무슨 주사를 맞고, 일주일마다 시술을 받았다해도, 직무에 충실했으면 탄핵받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편이 반대편을 승복케하는 길이 될 것이다. 국정조사가 ‘대통령이 자연미인냐 성형미인이냐’를 증명하는 자리가 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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