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親러 反중' 노골화… 한국 외교 앞길 안갯속 ]

중국의 대미 외교 실무 사령탑인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지난 9일 뉴욕을 방문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포함해 트럼프 캠프 고문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과 공식 접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가 이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갖는 등 반중 행보를 계속하자 진의 파악 등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 국무위원이 최근 멕시코를 방문하고 뉴욕을 경유하면서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포함해 트럼프 캠프 고문들과 회견을 가졌다"며 "양측은 미·중 관계와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양 국무위원은 미국 대사를 지낸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영어에 능통하다. 마이클 플린은 대선 때 트럼프에게 안보정책을 조언했으며, 친러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지난 11일 발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압박했다. 스위스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2일(현지 시각) "어떤 세력이든 만약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에 손해를 입힌다면 돌덩이로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 라인의 두 핵심 인물이 역할을 나눠 트럼프 진영에 강온 양면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북핵 대응 차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효과적인 협력 덕분에 이란 핵 합의와 북한의 추가 고립 조치를 끌어낼 수 있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 카드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도 "지금은 북한과 내키지 않는 동맹 관계인 중국이 북한의 우호적인 이웃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미·중 사이에 낀 대만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대만 중앙통신은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대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다 자칫 대만만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