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87년 후 첫 국회 개헌특위, 나라 바꿀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6.12.13 03:20

여야(與野) 3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가 만들어진 것은 1987년 개헌 때 이후 처음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단 한 사람 예외 없이 제왕적 통치에다 주변과 친·인척 비리로 추락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람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대통령의 전횡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상의 결함을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 개헌특위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대권(大權)을 잡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평소의 개헌 입장을 바꿔 개헌 반대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경쟁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혹은 개헌에 찬성하면 약세를 보일까 봐 반대한다고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은) 대선 주자들이나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야 한다"며 "대선보다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자신만은 당선돼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 국회 개헌 추진 모임에 가입한 여야 국회의원은 개헌안 의결 정족수인 200명에 가깝다. 정 의장 말처럼 "최소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안 된다. 과도한 대통령 권한을 손보지 않으면 개헌의 의미가 없다"는 것에 의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이들도 개헌을 반대하는 대선 주자 뒤에 줄을 설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고 다음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도 비슷하다. 그러나 국민은 똑같은 약속을 해놓고 안 지킨 두 명의 대통령을 잇달아 보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랬고 박 대통령도 그랬다. 박 대통령은 집권하자 개헌 얘기를 입 밖에 내지도 못하게 하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 개헌 공약을 모른 체할 것이다.

29년 만에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되는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뜻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일어나야 한다. 전직 여야 의원들 모임인 '나라 살리는 개헌 국민주권회의'는 이날 개헌안 초안을 발표하고 "이제 개헌 횃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어떤 정략도 없이 오로지 우리 공동체를 위한 이 목소리에 모두가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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