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핀란드도 남녀학생 학력差 커 고민… 게임으로 가르치니 남학생 눈이 번쩍

    입력 : 2016.12.10 03:00

    중·고 수업에 교육용 게임 활용, 수학·과학·역사 호기심 유발… 겉돌던 남학생들도 쉽게 몰입

    지난 7일(현지 시각) 핀란드 수도 헬싱키 마우눌라 중학교 7학년 '역사' 수업은 컴퓨터실에서 열렸다. 학생 20명이 교과서를 펴는 대신 무인도에서 1년을 버티는 온라인 게임에 동시에 접속했다. 함께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무인도에 고립된 시민 100명의 행복 지수를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과제였다.

    지난 7일(현지 시각)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있는 마우눌라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로 교육용 게임을 하며 수업받고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있는 마우눌라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로 교육용 게임을 하며 수업받고 있다. /정경화 기자
    각자 땅을 일궈 곡식을 수확하면 포인트가 모이고, 이 포인트로 집이나 대장간을 짓는다. 쌓인 포인트로 학교나 수영장, 시장 등을 만들 수도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투표 창이 열리면 학생들이 짓고 싶은 건물을 클릭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물이 무인도에 지어진다. 건물을 마구 짓느라 포인트를 소비해 곡식이 떨어지면 시민들이 밥을 못 먹게 된다.

    수업은 시끌벅적했다. 특히 남학생들이 적극적이었다. 이로(13)군이 "대장간을 클릭해! 농기구를 만들어서 곡식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어"라고 하자, 아티(13)군은 "밖에서 자는 80명에게 필요한 집부터 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예레 린나넨 교사는 "평소 수업 내내 입 한번 떼지 않던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적극 참여하고 몰입했다"며 "한 학기에 1~2번 정도 게임을 통해 남학생들의 학습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핀란드는 최근 중·고등학교 수업에 교육용 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협동심과 창의력을 기른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남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끌어올리는 게 주요 목표이다. 핀란드 남학생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읽기·수학·과학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에게 뒤처지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국제학업성취도(피사·PISA) 2015 평가 과학 부문에서 핀란드 여학생은 세계 2위였지만, 남학생은 10위에 그쳤다.

    교육용 게임이라고 하면 단어 외우기나 단순 사칙연산 등에 국한될 것 같지만, 중고생 수준에 적합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주제도 수학, 화학, 역사, 우주 등으로 다양하다.

    유카 툴리부오리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장학관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성적에서 밀리면서 학교와 공부 자체에 관심을 잃고, 스포츠나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을 활용한 수업이 성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