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神이라 불리는 게이머 "인간에겐 안 질 것"

    입력 : 2016.12.10 03:00 | 수정 : 2016.12.16 09:28

    게임계의 메시 '페이커'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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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 이상혁씨는 “팬들이 붙여준 별명 중 신(神)이 마음에 든다”며 “게임에서 어떤 상대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무 살인 그의 내년 연봉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한 기자
    이상혁(20)씨, 아니 '페이커(Faker)'는 전 세계 10~20대에게 박지성, 김연아만큼 혹은 그보다 더 유명한 한국인이다. SK텔레콤 프로게임단 'T1' 소속인 그는 '페이커'란 아이디로 잘 알려진 프로게이머다. 그는 5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팀과 싸우는 컴퓨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이하 '롤')'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롤의 월드컵이란 의미에서 '롤드컵'으로 불리는 대회다. 전 세계 시청자가 3억9600만명에 이르는 이 대회에서 T1은 2013년과 작년에 이어 우승(상금 204만 달러·약 23억6000만원)을 차지했고, 이상혁은 대회 MVP에 올랐다. 해외 언론은 그를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 비유한다. 한 미국 인터넷 매체는 이상혁을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1위에 올렸다. 그전까지는 컴퓨터 게임 '스타 크래프트' 임요환이 1위였다.

    전 세계 롤 팬들은 그를 '불사대마왕' 또는 '신'이라고 부른다. 이상혁은 "신이라는 호칭이 더 좋다"고 말했다. "저한테 자신감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그것도 칭찬처럼 들려요. 듣기 좋아요. 저는 제 자신감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해요. 롤에선 어떤 상대와 싸워도 이길 것 같으니까요."

    경기 일산 T1 연습실에서 만난 이상혁은 붉은색 게임단 점퍼와 운동복 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났다. 오후 2시였지만 잠이 덜 깬 듯 눈이 부어 있었다. 이상혁은 "해외 선수들과 밤새 랭킹전을 하기 때문에 보통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어 낮 12시쯤 깬다"고 했다. 그는 롤 시즌 중에는 하루 12시간, 결승전이나 롤드컵 등 큰 경기를 앞두고는 하루 15시간씩 연습한다. "연습이 실력의 비결이냐"고 묻자 이상혁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능이 없는 사람한테는 프로게이머를 권하고 싶지 않아요. 경기에서 지면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프로게이머 지망하는 사람 중 90%는 실패해요."

    인테리어업을 하는 부친 이경준(47)씨는 "(상혁이가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어렸을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혁이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 없이 할머니와 제 곁에서 컸다"며 "제가 일 나가고 없으면 상혁이는 집에서 남동생과 컴퓨터 게임을 즐겨 했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2012년 롤 게임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 있어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를 눈여겨본 SK텔레콤에서 2013년 입단 제의를 했다. 이상혁은 고등학교를 2학년에 중퇴하고 프로게이머가 됐다. 처음 그의 연봉은 수천만원 수준이었다. SK텔레콤 측은 공개를 꺼리지만, 내년 그의 연봉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자로 알려진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16억원)의 2배에 가까운 액수다. 이 외에도 각종 대회 우승 상금 등으로 연간 10억원 이상을 버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한 달에 1만원 이상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제가 어릴 때 집이 조금 가난했는데, 그때하고 지금하고 큰 차이 못 느껴요. 제가 욕심이 없는 편이에요. 아버지한테 연봉하고 상금을 다 맡기죠. 연습하다 보면 돈 쓸 시간도 없고. 군것질이나 옷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여자 친구도 없으니까요." 그는 "가족을 위해 48평(158㎡) 아파트를 샀을 때 '내가 돈을 좀 벌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상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거의 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로서 언행을 조심하기 위해서"다. 그는 "e스포츠도 바둑이나 체스처럼 두뇌를 쓰는 스포츠인데 한국 사회에선 인식이 낮아 안타깝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e스포츠 선수들이 좀 더 프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면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왜 롤을 잘할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재능 외에는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이건 아마도 뇌와 연관돼 있을 것 같아서 뇌를 연구해 보고 싶어요."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이냐고 묻자 이상혁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지기 전까지"라고 했다.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덧붙였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누구한테도 질 것 같은 생각이 안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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