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16억, 7만6000여명이 지갑 연 까닭은

입력 2016.12.09 12:45 | 수정 2016.12.11 06:01

‘당신이 산 1만8000원짜리 팔찌 하나로, 과테말라 원주민 가정 소득이 3배 이상 높아졌다면? 아이들의 학교 출석률도 10% 늘었다면? 평생 여행 한 번 못 해본 원주민 15명이 3박 4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면?’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해피빈 공감펀딩 ‘남미의 매력이 담긴 수공예 팔찌’가 실제로 만들어낸 임팩트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1349명이 지갑을 열었다. 무려 3581만9200원이 모였다. 목표액(700만원)의 5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펀딩을 기획한 곳은 ‘크래프트링크’. 남미 원주민 여성이 만든 수공예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구입해 판매하는 소셜벤처다. 가격을 후려치지 않다보니, 현지 원주민들은 기존보다 임금을 두 배 가량 더 받는다. 크래프트링크는 이번 공감펀딩 모금액 중 600만원(17%)으로 원주민 여성들의 여행을 지원했다. 불량률이 낮은 생산자에게 여행 참여 우선권을 줬는데, 그 덕분에 불량률이 기존 15%에서 5%까지 대폭 낮아졌다고 한다. 고귀현 크래프트링크 대표는 “브랜드를 홍보하고 공정무역도 알리기 위해 공감펀딩을 시도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다”며 “여행이라는 인센티브 덕에 불량률까지 낮아지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크래프트링크의 공감펀딩으로 과테말라 원주민 가족들이 여행을 간 모습. /크래프트링크 제공

지난 2015 년 6월 29일,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 해피빈(http://happybean.naver.com/대표 최인혁)은 ‘공감펀딩’이라는 이름의 2세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 후 1년 6개월, 공감펀딩에 자발적으로 돈을 낸 사람은 무려 7만6000명에 달한다. 이들의 펀딩액수는 총 16억5600만원이다(11월 21일 기준). 공익단체, 미디어,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기업 등 누구든지 참여해 자신의 공익적인 취지를 알리고, 개미투자자들은 이에 호응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셜 생태계’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더나은미래’는 환경, 사회복지, 국제협력, 문화예술 등 해피빈 공감펀딩의 107개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 그 임팩트가 무엇인지 2회에 걸쳐 분석한다. 1편은 ‘숫자로 보는 공감펀딩의 임팩트’다.
해피빈 공감펀딩 메인 화면

◇ 2030세대 74%,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부 문화 열어…
공감펀딩 참여자의 70% 이상은 2030세대였다. 공감펀딩 누적 참여자 7만6528명 중 30대는 3만1897명(42%), 20대는 2만4493명(32%)으로 2030세대가 74%에 달했다. 40대는 1만5017명(20%)이었고, 50대 3320명(4%), 10대 1228명(2%) 순이었다. 일반적인 기부 관련 조사에서 20대의 참여가 낮았던 것과는 무척 다른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나눔실태 2015 정책보고서(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인기부자 중 연령대로는 40대가 38.8%로 가장 높고, 20대가 20.8%로 가장 낮았다. 공감펀딩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게 가장 강력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피빈 제공

해피빈 제공

기존의 기부플랫폼이 공익단체만 모금할 수 있었다면, 공익펀딩의 가장 큰 차별점은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 데 있다. 미디어,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심지어 일반기업이어도 누구든지 공익목적으로 펀딩을 개설할 수 있다. 그 결과 ‘미디어’와 ‘소셜벤처’에서 개설한 공감펀딩이 전체 참여자의 70% 이상을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수 상위 5개 중 3개가 미디어 프로젝트였다. 3만4000여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4억9000여만원이라는 최다 모금액을 달성한 SBS나도펀딩의 ‘평범함이 간절한 33살 그녀’. 신경섬유종을 앓는 한 여성의 수술비를 모금하는 이 사연은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도 함께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2위는 SBS나도펀딩의 박준영 인권변호사 생활비 지원(2468명), 4위는 더나은미래의 거인병 앓는 농구선수 김영희씨 치료비 지원(1787명)이었다.

소셜벤처는 펀딩금액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체의 27%에 해당되는 4억4600여만원을 펀딩받아, 미디어(5억9800여만원, 36%)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다. 또한 펀딩금액 상위 20개 중 9개가 소셜벤처 차지였다. 펀딩금액도 대부분 2000만원이 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셜벤처 이원코리아에서 개설한 ‘시각장애인과 모두를 위한 손으로 만드는 시계’다. 이 시계는 파인 홈을 따라 움직이는 두 개의 구슬을 만져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으로, 펀딩 수익금의 20%가 시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사용됐다. 공감펀딩에서는 시중가보다 10%를 할인했고, 이중 10%는 실로암장애인복지관의 시각장애인 촉각 교재 제작에 쓰이는 등 공익적 요소를 더 강화했다. 최소 펀딩금액은 무려 32만3000원. ‘누가 이 비싼 돈을 내고 살까’ 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 9238만7000원을 모아 펀딩을 성공시켰다. 이외에 비틀에코의 ‘제주도 사려니 숲에서 친환경 양봉으로 만들어진 꿀’이 5632만5000원, 위드마이의 ‘천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레몬 맛 치약’이 4043만5000원, 크래프트링크의 ‘남미의 매력이 담긴 수공예 팔찌’가 3581만9200원을 펀딩받았다.

공감펀딩 누적액 상위 10위 프로젝트

◇ 환경+사회복지 등 융합형 펀딩, 인기 돋보여
공감펀딩에선 사회복지, 환경, 교육 등으로 쪼개져있는 기존의 기부방식을 뛰어넘는, ‘융합형’ 펀딩 인기가 돋보였다. 107개 공감펀딩 중 16개(15%)가 환경과 사회복지, 문화예술과 사회복지 등을 결합한 방식이었다. 소셜벤처 ‘콘삭스’의 ‘아프리카 빈곤 문제 해결을 돕는 옥수수 양말’이 대표적인 예다. 콘삭스는 옥수수로 양말을 만들고, 한 켤레가 판매될 때마다 아프리카에 34개의 옥수수를 심는다.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원조와 국제개발협력도 가능케한다는 목표다. 또 비영리단체 ‘플리’는 웨딩 플라워를 수거해 호스피스 병동, 미혼모 시설, 노인 요양 병원 등에 기부하는 공감펀딩을 열었다. 사회적기업 ‘오티스타’는 자폐장애인 작가들이 만든 디자인제품을 공감펀딩을 통해 판매해, 825만원을 기록했다. 오티스타는 공감펀딩에 성공한 후, 지난 3월 서대문구에 첫 오프라인 갤러리 스토어까지 오픈했다. 한편, 공감펀딩 분야별로는 ‘환경(34개)’과 ‘사회복지(33개)’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어 국제협력(19개), 문화예술(11개), 보건의료(6개), 교육(5개), 동물보호(4개) 순이었다. 이외에 직장인을 위한 캘린더 제작, 스타트업 더빔의 자전거 안전 제품 제작 및 캠페인 등 개인창작자나 소상공인의 공감펀딩도 있었다.
해피빈 제공
지난 1년 6개월간 운영된 공감펀딩의 성공률은 650%. 목표액보다 6배가 넘는다. 사실, 해피빈은 다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와 다르게 공익나눔 프로젝트에 한해 수수료를 한푼도 받지 않는다. 참여자와 펀딩금액이 많아질수록 해피빈이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써야 하는 구조다. 조성아 해피빈 공익네트워크팀 팀장은 “공감펀딩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공익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진 플랫폼”이라며 “2030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와 새로운 방식의 기부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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