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맛 세상] 미쉐린 서울편 발간 한 달

    입력 : 2016.12.08 03:08

    미쉐린 서울편 한 달째 화제… 미식 관광객 위한 가이드인 듯
    낯선 도시서 식당 찾는 두려움… 미쉐린에 대한 신뢰가 덜어줘
    맛은 국적 가리지 않고 보편적… 외국인도 한식 이해할 수 있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미쉐린 가이드(약칭 미쉐린) 서울편이 지난 11월 7일 발간됐으니 꼭 한 달이 됐지만 여전히 화제이고 논란이다. 음식에 관심 있다면 잘 알 테지만, 미쉐린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식당 평가·소개서.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1900년부터 발간해왔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프랑스어 발음인 '미슐랭'으로 알려졌으나, 미쉐린코리아는 영어 발음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는 서울의 식당 147개가 수록됐고 이 중 24곳의 별점 합이 31개다.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음식을 별(스타)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2개는 '멀리 있어도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지난 2008년 발간된 일본 도쿄편 150개 레스토랑(별 190개)에는 한참 뒤지나, 지난 9월 발간된 중국 상하이편 레스토랑 26곳(별 35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별을 받은 서울의 식당 24곳 중에서는 한식당이 14곳으로 가장 많다. 특히 '가온'과 '라연'이 3스타, '곳간'과 '권숙수'가 2스타, '밍글스' '정식당' '이십사절기'가 1스타를 받는 등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모던 한식 계열이 10곳으로 강세를 보였다.

    선정 결과를 놓고 외식업계에서는 "대체로 별을 받을 만한 데가 받긴 했는데 냉면으로 이름난 '우래옥'이나 곰탕 명가 '하동관', 국내 최고 품질의 소고기를 내는 '벽제갈비' 등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포함시켰을 유명 맛집이 빠졌다"며 "한국 외식업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평가가 잘못됐다기보다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란 느낌이다.

    미쉐린은 출발부터가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였다. 미쉐린이 발간된 1900년대 프랑스는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고 식당이나 숙소 등의 정보가 부족했다. 타이어를 생산하던 미쉐린 창업자들은 도로 여행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담긴 무료 안내서를 발간한 것이 미쉐린의 출발이다. 물론 사람들이 자동차 여행을 많이 할수록 타이어를 많이 팔 수 있을 거란 계산도 깔렸었을 듯하다.

    [김성윤의 맛 세상] 미쉐린 서울편 발간 한 달
    /이철원 기자
    유럽을 여행하는 이들이 출발할 때는 '현지 맛집을 찾아가 전통 음식을 꼭 맛보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나라·도시에서 익숙지 않은 음식을 주문해 먹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처음 본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부터 용기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음식이 맛없거나, 이상하거나, 예상과 다를 경우 돈을 날릴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고민하던 여행자는 결국 맥도날드에 간다. 맥도날드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어서는 물론 아니다. 아무리 맥도날드라도 전 세계 모든 지점의 음식 맛이 동일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익숙한 음식이다. 또 내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범위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맛이기 때문이다.

    미쉐린은 미식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레스토랑 가이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음식에 관심 많은 여행자에게 미쉐린은 맥도날드처럼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 낯선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그래도 미쉐린에 실린 식당이면 괜찮겠지' 안도할 수 있다. 미쉐린의 평가가 절대 오차 없이 엄정해서는 아니다. 1900년부터 100년 넘게 유지해온 역사에서 신뢰를 하는 것이다. 어떤 레스토랑 안내서도 미쉐린만 한 시간의 축적은 하지 못했다.

    '외국인이 과연 한식의 맛을 제대로 이해했겠는가'에 대한 의심도 있다. 필자는 이탈리아에서 1년 연수를 했는데 그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외국인은 파스타 맛을 이해 못 한다"고 말한다. 과연 한국인은 파스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가.

    물론 한국의 홍어나, 프랑스의 치즈처럼 오랜 세월 그 문화 속에서 혀가 길들지 않으면 즐기기 힘든 음식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음식은 유난히 강렬한 맛과 향을 가진 일부일 뿐이다. 홍어는 한국인 중에서도 싫어하고 먹지 못하는 이가 상당수다. 블루치즈처럼 향이 너무 강한 치즈를 싫어하는 프랑스 사람도 많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유명 셰프 야닉 알레노를 만났다. 그는 "음식 맛은 보편적"이라며 "그렇지 않고선 일본인이나 한국인 중에서 뛰어난 프랑스 요리사가 나오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은 누구에게나 맛있고, 맛없는 음식은 누구에게나 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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