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공연 초만원… 파블로바 생각에 감개무량했죠"

    입력 : 2016.12.06 03:00

    [1939년 아사히신문에 보낸 무용가 최승희 기고문 최초 공개]
    네덜란드 헤이그 공연 상세 기록… '佛 공연 半 이상 신작'도 드러나

    최승희가 세계적인 활동을 펼치던 1930년대 ‘보살춤’ 공연 복장을 갖춰 입은 모습.
    최승희가 세계적인 활동을 펼치던 1930년대 ‘보살춤’ 공연 복장을 갖춰 입은 모습.

    "이번 헤이그 공연은 초만원의 성황을 이루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나) 파블로바(러시아 발레리나·1881~1931)와 (라) 아르헨티나(스페인 여성 무용가·1890~1936)가 자주 춤을 췄던 같은 무대에서 춤춘 나로서는 돌아가신 대선배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 감개무량했습니다."

    유럽 순회공연 중이던 무용가 최승희(1911~1969)가 1939년 7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쓴 편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신나라레코드가 최근 일본 도쿄에서 입수해 본지에 공개한 이 자료는 호텔 편지지에 일본어로 쓴 4장 분량의 서한이다. 최승희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 보낸 '무용통신'이란 제목의 기고문이지만 실제로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다.

    편지는 지금까지 그 내용이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1939년 최승희의 네덜란드 헤이그 공연에 대해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승희의 헤이그 공연은 이해 6월 15일의 역사적인 파리 샤요 궁 공연 직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 편지에서는 봄철(4일)과 6월 말~7월 1일(2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일 공연한 것으로 기록했다.

    편지에 따르면 최승희는 헤이그의 해변 마을인 스헤베닝언의 쿨하우스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그해 6~8월 세계음악무용축제가 열린 이 극장에선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알프레드 코르토와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 브로니슬라프 후베르만 등 세계 유명 연주가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고, 이본 게오르기(1903~1975), 하랄트 크로이츠베르크(1902~1968) 등 세계적 무용가 다섯 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그중 한 명이 최승희였다. 크로이츠베르크의 공연은 최승희보다 일주일 전에 있었다.

    최승희는 자신을 라 아르헨티나에 비견하는 현지 언론의 호평에 대해 "이 대선배와 같이 높은 평가를 받아 저로서는 이렇게 단순히 기쁘게만 생각해도 좋을지? 지금까지의 소망이 그냥 이뤄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며 들뜬 기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승희가 1939년 7월 1일 유럽 순회공연 도중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쓴 편지.
    최승희가 1939년 7월 1일 유럽 순회공연 도중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쓴 편지. /신나라레코드
    최승희는 편지에서 '파리 샤요극장 공연 중 절반이 신작이었다'고 밝혔다. '그 전해 미국 공연 때 일부의 혹평 때문에 예술적 시련을 겪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어 "앞으로 저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국제적 비판 속에서 제 작품의 보다 좋은 점을 살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용평론가 장광열씨는 "피카소 등 유명 예술가가 찬사를 보냈던 최승희의 1939년 샤요극장 공연 중 절반이 신작이었다는 사실도 이 편지를 통해 새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희는 편지 말미에서 '베를린·런던·로마의 가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후 유럽 공연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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